[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주목받는 건 투수로 100마일을 웃도는 강속구를 뿌리면서도 타자로 100마일대 강속구를 잘 때려낸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올시즌에는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이라 마운드에 오르지 않지만, 타자로는 여전히 강속구에 강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현존 최고의 강속구 선발투수 폴 스킨스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며 또 주목을 받았다.
0-7로 뒤진 3회초 2사 1루서 중월 투런홈런을 터뜨렸는데. 풀카운트에서 스킨스의 한복판을 조금 높게 파고드는 100.1마일(160.5㎞) 포심 직구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발사각 32도. 타구속도 105.6마일(170㎞), 비거리 415피트(126.5m)짜리 시즌 15호 홈런이었다. 스킨스는 타구가 맞아나가는 순간 '실투'를 인정한 듯 쓴웃음을 살짝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 홈런을 포함해 오타니가 올시즌 타석에서 맞은 100마일대 공은 모두 11개. 그 중 타격 결과로 이어진 것은 5번인데, 2안타를 쳤다. 즉 오타니의 올시즌 100마일 이상의 공에 대한 타율은 5타수 2안타로 4할에 이른다. 나머지 안타 1개는 지난 5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9회 카밀로 도발의 101.0마일 바깥쪽 커터를 밀어서 친 좌전안타다.
반면 다른 3번의 '대(對) 100마일' 타격 결과는 모두 삼진이었다. 같은 날 스킨스를 상대로 1회초 100.8마일 직구에 헛스윙 삼진, 같은 날 7회 아롤디스 채프먼의 103마일 싱커에 헛스윙 삼진, 지난 5일 피츠버그 선발 재러드 존스의 101마일 몸쪽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각각 당했다.
오타니가 강속구에 얼마나 강한 지 구속을 좀더 확장해 보자. 7일 현재 올해 97마일 이상의 빠른 공에 대한 타율은 0.417(24타수 10안타), 95마일 이상은 0.333(51타수 17안타)이다. 반대로 95마일 미만의 공에 대한 타율은 0.314(194타수 61안타)다. 공이 느릴수록 안타를 때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오타니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피츠버그전에서는 6타수 1안타 3삼진으로 부진했다. 결정구가 모두 변화구였다.
1회 좌완 베일리 폴터의 83.8마일(134.9㎞) 바깥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전안타를 만들었지만, 이후 5차례 타석은 모두 아웃이었다.
타석별 투구와 타격 내용을 보면 2회 폴터의 바깥쪽 85.3마일(137.3㎞)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4회 폴터의 85.9마일(138.2㎞) 바깥쪽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5회 우완 벤 헬러의 초구 몸쪽 89.4마일(143.9㎞) 커터에 1루수 땅볼, 7회 좌완 카일 니콜라스의 93.7마일(150.8㎞) 낮은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9회 우완 카르멘 모진스키의 88.7마일(142.7㎞) 몸쪽 낮은 슬라이더에 1루수 땅볼을 각각 기록했다.
다시 말해 이날 타격 결과로 이어진 공 6개 가운데 무시무시한 강속구는 없었다. 모두 변화구 계열로 유인구에 가까웠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는 작년에도 직구에 유독 강했다. 직구 계열 공에 타율 0.380을 친 반면 슬라이더, 커브, 커터 등 변화구에는 0.233,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오프스피드 공에는 0.267의 타율을 각각 기록했다.
오타니의 타격은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전날 스킨스의 강속구를 때려 투런홈런을 터뜨릴 때만 해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날 또다시 침묵 모드에 빠져 들었다. 이날 부진으로 타율은 0.318(245타수 78안타), OPS 0.973으로 하락했다. 한때 1위였던 OPS는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17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견제구에 맞은 햄스트링이 아니라도 오타니의 '타격 메카니즘(mechanism)' 아직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올 만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LA 타임스 인터뷰에서 "오타니의 말이나 느낌은 스윙을 할 때 (햄스트링에)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카는 간혹 모든 실린더(엔진 기통)가 가동되지 않아 제대로 달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는 5월 초 허리가 불편했을 때 스윙이 다소 흔들리고 유인구에 배트가 나갔다. 최근 햄스트링 부상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몸 상태는 점점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 나가 큰 부분을 지키는 것(출전을 강행하는 것)이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양 리그를 합쳐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애런 저지는 100마일 이상 강속구에 2타수 무안타, 97마일의 강속구에는 0.250(12타수 3안타)를 쳤다. 샘플사이즈가 아직 작기는 하지만, 오타니 만큼 빠른 공에 강하지는 않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