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경표 가족이 드디어 비밀 없는 속마음을 모두 터뜨렸다.
지난 5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최경선 극본, 장지연 연출) 11회에서 송기백(고경표)은 엄마 나유정(강애심)의 사고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유정은 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핸들을 자기 쪽으로 꺾었고, 그래서 경미한 부상 정도만 입은 다른 가족들과 달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중태에 빠졌다. 담당 의사에게서 절망적인 소견을 들은 기백은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해 "엄마 수술 잘 끝났다. 금방 일어나실 거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스위치가 고장났음에도, 죽을 만큼 간절한 진심이 거짓말을 하게 한 것.
기백은 "괜찮다"는 말로 제 마음도 숨겼다. 본인이 주저 앉으면 모든 게 주저 앉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밝은 척하며 프리 아나운서로 활발히 활동, 병원비에 보탤 출연료와 계약금을 미리 정산 받아 아빠에게 보냈다. 사고 후 헬스장 문도 안 열고 학교도 안 나가며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는 두 동생들에게는 "나는 엄마처럼 니들 등에 업고 못 산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정신 똑바로 차려라"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자신이 슬픈 걸 알면 더 슬퍼할 온우주(강한나) 앞에서도 기백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기백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기백이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주는 속상했다. 남들 눈치 보느라 자기 마음 숨기지 말고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힘들다 말해도 된다고 알려줬던 장본인이 정작 자신이 힘들 때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우주는 "사랑하는 사람들한테는 안 숨겨도 된다"고 말해줬고, 이는 기백에게 큰 힘이 됐다.
그렇게 잘 헤쳐 나가는 듯했는데, 기백의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돌풍이 불어 닥쳤다. 가장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었던 아빠 송인수(신정근)가 아내가 판매했던 화장품 재고와 발주를 넣어 놓은 것들까지 끌어 모아 대신 팔아주겠다는 정사장에게 모두 넘겼는데, 그가 잠적해버린 것.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인수는 정사장의 창고로 향했고, 삼형제도 동행했다. 기백은 아빠가 걱정돼 따라가긴 했지만 한편으론 답답했다. 작정하고 잠적한 사기꾼이 물건을 순순히 돌려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기백은 인수의 사업이 망해 전학을 가야 했던 고3 시절을 떠올렸다. 남들 보기에 기백은 구김 없이 여유 있게 잘 사는 전교 1등이었지만 현실은 반지하 곰팡이 냄새 맡아가면서 식은 밥에 물을 말아먹고 힘들어 할 부모를 위해 괜찮다 거짓말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온갖 거짓말로 아무리 눌러 펴도 죽어라 구겨지기만 하는 인생이 힘들어 처음으로 아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울면서 자리를 뜬 기백을 쫓아가던 인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후로 기백은 아빠의 다친 무릎을 볼때마다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동안 아빠를 데면데면하게 대했던 이유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고만 치는 아빠를 보며 기백은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둘째 송풍백(황성빈)은 "옛날부터 가족들 다 짐덩어리로 생각했잖아. 아무 짝에도 구실 못하고 잘난 송기백 어깨에 매달려 사는 짐들. 아빠는 형 어깨에 매달린 그 짐들 덜어보겠다고 그런 거 아냐"라며 날선 말로 서로를 할퀴었다. 그때, 정사장이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삼형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인수가 나섰다. 그에게 한 대 맞은 사람들은 싹 다 청력을 상실한다고 해서 과거 '영광의 베토벤'이라 불렸던 인수는 화려한 활약을 선보이며 세 아들과 힘을 모았고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후 인수는 아들들에게 "죽는 날까지 니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줄 거야"라며 고맙고 미안했던 마음을 전했다. 우주의 조언을 받은 기백 역시 부담스럽고 숨 막힌다는 핑계로 항상 가족들을 피해왔던 것이 미안하다며 그간 꽁꽁 숨겨왔던 진심을 전했다. 그저 한 집에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비로소 서로에게 기대고 보듬을 줄 아는 가족이 된 이들은 그렇게 한층 더 두터워진 가족애를 나눴다. 그때, 유정이 입원한 병원으로부터 긴박한 전화가 걸려왔다. 과연 기백의 가족에게 세상에서 가장 기쁜 눈물을 선사할 소식이 날아들지,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최종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