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토트넘 시절 손흥민(토트넘)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유)이 3년 전 쓰러진 장소에서 감격의 결승골을 터뜨려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에릭센은 6일(한국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1-1 팽팽하던 후반 41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덴마크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동료와 공을 주고받은 에릭센은 골문 우측을 찌르는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파르켄스타디움은 에릭센이 심정지로 쓰러졌던 바로 그 경기장이다. 에릭센은 꼭 3년 전인 2021년 6월에 열린 유로 2020 조별리그 1차전 핀란드전에서 전반 도중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져 현장에 있던 동료 선수들과 가족, 전 세계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된 에릭센은 생명의 기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심장에 제세동기를 달고 불굴의 재활 의지를 보인 에릭센은 브렌트포드 입단으로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는 기적을 선보였다. 2022년부터 맨유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은 A매치 도중 에릭센의 쾌유를 기원하는 '23'(에릭센 등번호)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날 덴마크의 주장 완장을 찬 에릭센은 자신의 A매치 129번째 경기에서 41호골을 터뜨리며 유로 2024를 앞둔 팀의 분위기를 띄워줄 수 있는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A매치 7경기만에 득점한 에릭센은 "득점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득점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고 TV2와 인터뷰에서 덤덤히 결승골을 넣은 소감을 밝혔다.
맨유 동료이기도 한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은 "에릭센을 월드클래스 선수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는 덴마크에서 대단히 중요한 선수"라며 "90분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 에릭센은 더 오랜시간 뛸 필요가 있다. 엄청난 실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스페리 휼만 덴마크 감독은 "에릭센이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선수에 비해 피지컬적으로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그의 영리함, 완벽한 공간 이해력, 패스, 킥 능력 등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릭센과 같은 선수를 코칭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이라고 말했다.
에릭센은 이날 전반 2분 토트넘 미드필더 피에르 에밀-호이비에르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호이비에르의 선제골로 빠르게 앞서간 덴마크는 7분만에 알렉산더 이삭(뉴캐슬)에게 동점공를 내줬지만, 에릭센의 묵직한 한방으로 승리를 챙겼다.
덴마크는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2024에서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잉글랜드와 같은 C조에 속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