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빛의 그저, 빛>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빛나는 지금, 정빛 기자가 반드시 비추어 보아야 할 K팝 스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걍 들어부어라 네 달팽이관에/ 이건 네 귀에 줄 축복/ 음악에 맞춰 걍 춤춰'. 달팽이관에 들이부은 베이비몬스터의 라이브는 귀에 축복이 분명하다.
최근 K팝신에서는 아이돌 그룹들의 '라이브 실력'이 화젯거리였다. 몇몇 그룹이 큰 인기를 자랑하며 음악방송 1위까지 차지했지만, 반주만 깔리는 앙코르 무대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라이브 실력을 보였기 때문. 심지어 음악방송 1위가 '벌칙'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 바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는 각 그룹의 라이브 무대가 줄소환됐다. 특히 데뷔 시기가 비슷한 동성팀끼리 묶여 실력이 적나라하게 비교됐는데, 4~5세대 걸그룹들이 최근 제일 핫한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여기서 네티즌 심사대의 표는 어디로 향했을까. 그야말로 CD를 삼켰다는 말이 나오는 팀. 아니 오히려 정갈하게 녹음된 음원보다, 후보정 없이 거친 생라이브가 더 듣기 좋다는 찬사가 나오는 팀. 베이비몬스터가 시끌시끌한 '라이브 논란' 속 가장 수혜를 본 팀이 됐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베이비몬스터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속이 꽤 애탔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핑크 이후 약 8년 만에 YG에서 내놓는 걸그룹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인기 멤버의 합류가 연기되는가 하면, 정식 데뷔 시점에 의아함을 사기도 했다. 또 프리 데뷔 당시에는 음악방송 활동이 없어, 다른 대형 기획사들의 신인 걸그룹들보다 인지도나 화제성이 낮다는 평가도 있었다. 공식 데뷔곡 '쉬시' 반응도 호불호가 확연히 구분된 바다. 최근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했기보다는, 전형적인 YG표 색깔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특별한 마케팅도, 전략도 아니었다. 베이비몬스터는 '실력'이라는 정공법으로 스스로를 알렸다. 파워풀 퍼포먼스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탄탄한 라이브를 자랑하며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고음은 물론, 귓가에 꽂히는 랩과 끼 다분한 무대 표정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상당하다. 작고 가녀린 '베이비' 비주얼에, '괴물' 같은 실력으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는 의견이다.
시작은 예능, 라디오, 유튜브 등 여러 콘텐츠에서 뽐낸 보컬 역량이었다. 이 영상들이 차근차근 입소문 타면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상위권에 올랐고, 이후 더 많은 이의 시선을 뺏게 됐다. 특히 라이브 무대가 주 콘텐츠인 유튜브 '잇츠 라이브'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조회수 1200만 회를 넘어섰다. 이는 '잇츠라이브' 채널의 영상 중 역대 세 번째 조회수로, 톱6 안에 드는 영상들의 공개 시점이 모두 최소 1년 전부터 3년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본진' 음악방송에서도 이어졌다. 베이비몬스터는 '쉬시' 활동 마지막주에 핸드마이크를 들고나와, 더 강렬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다. 이는 몇몇 아이돌 팀이 음악방송 1위 앙코르 무대에 벌벌 떠는 이유와 대치된다. 기존 음악방송 본무대는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해, 코러스 및 화음이 쌓인 AR에 핀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앙코르 무대에서는 반주만 깔린 MR에 숨소리가 고스란히 다 들어가는 이 핸드마이크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베이비몬스터는 본무대부터 핸드마이크를 당당히 들어, 풍성한 성량과 박자감 넘치는 래핑을 과시했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 압도적인 음악적 역량이 더 실감난다는 이유로 해당 무대는 공개 반나절 만에 유튜브 조회수 130만을 돌파했다.
라이브 실력이 주목받으면서, 각종 차트에서도 상승 기류가 일어났다. 국내 대형 음원 사이트 멜론의 일간 차트 기준, '쉬시'는 발표 이튿날인 4월 2일에 219위를 기록하고, 7일 194위, 8일 155위, 10일 139위, 13일 102위로, 차근차근 순위를 높여왔다. 14일에 88위로 마침내 톱100 안으로 들어온 '쉬시'는 14일 88위, 16일 57위, 20일 30위, 27일 15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5월 7일부터는 9위를 찍어 마침내 톱10에 들었다. '쉬시'가 발표된 지 약 5주 만에 200계단을 넘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약 두 달이 훌쩍 흐른 6월 초에도 15위를 지킨 상황이다.
글로벌 성적도 함께 솟았다. '쉬시'는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과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무려 7주간 순위권을 지켰고, 스포티파이 위클리 톱 송 차트에서는 6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했다. 코어 팬덤의 지표로 여겨지는 음반 판매량도 역시다. 공식 데뷔 앨범은 일본, 중국 등 주요 음악 시장에서의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추가 물량이 여러 차례 제작됐다. 이에 베이비몬스터는 데뷔 앨범 하프 밀리언셀러라는 영광의 기록을 가지게 됐다.
이 기세를 몰아 최근에는 일본 도쿄 첫 팬미팅을 전석 매진 속 성료하고, 일본 주요 음악방송 출연으로 활발한 현지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음악 최대 음악페스티벌인 '서머소닉 2024', 아시아 팬미팅 투어 등 글로벌 존재감을 키워 가는 중이다. 아울러 오는 13일에는 데뷔앨범 수록곡인 '라이크 댓'으로 엠넷 '엠카운트카운'에 출연, 눈길을 끈다. 데뷔 음반 활동이 종료됐음에도, 수록곡으로 음악방송에 재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 이 역시도 라이브 호평이 잇따르면서 성사된 결과로 전해진다.
베이비몬스터가 초반의 부진에도 굴하지 않고, 라이브 실력으로 각종 순위와 차기 무대를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베이비몬스터 앞에는 더 이상 '블랙핑크 여동생', 'YG 공주님', 'YG 막내', 'YG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 않는다. 홍보 수단으로는 꽤 매력적인 수식어지만, 베이비몬스터는 독보적인 실력으로 팀을 꾸미는 단어를 손수 만들어 냈다. '라이브 괴물', '라이브 장인', '라이브 맛집'. 기분 좋은 수식어를 앞에 붙인 베이비몬스터, 단순 치장된 단어가 아니라 스스로 증명했기에 값지고 소중하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