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IA 타이거즈 마운드가 다시 격랑에 빠졌다.
부상 복귀했던 이의리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과 재활 치료 모두 가능하다는 진단에 선수와 구단 모두 고민에 빠졌지만, '미래'를 선택했다. 이제 KIA는 이의리 없이 올 시즌을 보내야 한다.
이의리가 지난달 이탈한 뒤 KIA는 빈 자리를 대체 선발로 채웠다. 그 중 황동하가 5월 한 달간 5경기 26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3.81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로테이션을 꿰찼다. 제임스 네일-양현종-윤영철에 황동하까지 4자리는 채워졌다. 부상한 윌 크로우의 대체 선수로 데려온 캠 알드레드가 선수단에 합류하기 전까지 나머지 한 자리를 또 다른 대체 자원인 김건국 김사윤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KIA는 임기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KIA 이범호 감독은 4일 광주 롯데전에 임기영을 선발 예고했다.
3월 말 내복사근 손상으로 이탈했던 임기영은 5월 28일 창원 NC전에서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이튿날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구원승까지 챙겼다. 두 달 가까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면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범호 감독은 임기영이 복귀한 뒤에도 선발보단 불펜 활용 쪽에 무게를 두는 눈치였다.
임기영은 2022시즌까지 선발로 활약했으나, 지난해 불펜에서 풀타임을 보냈고 올 시즌 준비도 불펜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감독은 "선발로 던지다 불펜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 개수를 떨어뜨리는 건 쉽다. 하지만 이미 떨어뜨린 개수를 다시 끌어 올리는 건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선발과 필승조는 완벽하지만 올 시즌 적임자가 없는 롱릴리프 자리를 임기영에게 맡기려 했다.
이의리의 이탈, 알드레드의 합류 시기 등 새로운 변수 속에서 KIA 코치진은 대체 자원 활용 전 임기영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이 감독의 우려와 달리 임기영은 1군 콜업을 앞두고 "80구까지는 문제 없다"며 이미 투구 빌드업을 마쳤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구위 뿐만 아니라 선발 경험 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임기영은 고민의 해답이 되기에 충분한 카드다.
임기영은 지난해 불펜에서만 82이닝을 소화하면서 4승4패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2.96이었다. 앞서 3년 연속 120이닝을 돌파했던 그였지만,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는 선발과 달리 매 경기 대기 상태인 불펜에서의 체력 소모, 피로 누적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럼에도 임기영은 "자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불펜의 매력이다. 잘 던지는 날엔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좋은 밸런스에서 좋은 경기력이 계속 나오다 보니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좀 생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다. 이닝도 많이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부지게 밝히기도.
물론 이 감독의 초점은 여전히 임기영의 불펜 활용에 맞춰져 있다. "중간에서 2이닝 씩 막아주는 게 팀에 훨씬 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임기영이 선발 시절의 경험을 살려 호투를 펼친다면, 이 감독에겐 새로운 고민의 시간이 열릴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