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6월, 한국 축구가 또 시험대에 선다. 지난 7년간 대체불가의 입지를 구축한 '괴물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6일 싱가포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차전 원정경기와 11일 중국과의 6차전 홈경기에 결장한다. 지난달 14일 볼프스부르크와의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시즌 33라운드 홈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다친 여파다. 김도훈 A대표팀 임시 감독은 "최근 리그에서 다친 왼쪽 발목이 아직도 불편해 정상적인 훈련과 경기 출전이 어렵다는 선수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6월 대표팀 최종명단에 김민재를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귀국한 김민재는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민재가 6월 A매치 일정에 빠지는 건 세번째다. 2022년 페네르바체 소속이던 김민재는 오른발 복사뼈 통증 치료차 수술을 받으면서 6월 A매치 4연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전에 내리 결장했다. 지난해 6월 페루, 엘살바도르와 2연전은 기초 군사훈련 일정으로 인해 불참했다. 김민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따라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된 바 있다. '김민재의 6월 A매치 결장'은 낯선 이벤트가 아니다.
그럼에도 김민재가 빠질 때마다 대표팀은 큰 고민에 휩싸인다. A대표팀 공격진을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이끈다면, 김민재는 수비진의 핵이다. 2017년 8월 이란전을 통해 A대표팀 데뷔해 지난 3월 태국전까지 2400일 동안 김민재가 결장한 경기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김민재가 빠진 빈자리는 늘 컸다. 2022년 6월 A매치 4연전서 총 8실점했다. 지난해 6월 페루(0대1)와 엘살바도르(1대1)전에서도 2경기 연속 실점하며 1무1패의 아쉬운 결과를 냈다. 한국은 김민재가 돌아온 이후 웨일스전부터 이라크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성했다. 한국 대표팀 역대 A매치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김민재는 지난 2월 요르단과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한국은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0대2로 충격패, 탈락했다.
2022년 6월엔 김민재를 대신해 정승현-권경원, 정승현-김영권이 호흡을 맞췄고, 지난해 6월엔 정승현-박지수가 발을 맞췄으나, 어느 대체자, 어느 조합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김민재에 대한 그리움만 더 커졌다. 김 감독은 이번엔 폼이 좋지 않은 베테랑 김영권을 제외하고 센터백 포지션을 권경원(수원FC) 조유민(샤르자) 하창래(나고야) 박승욱(김천 상무)으로 채웠다. 이중 A매치 유경험자는 권경원(30경기)과 조유민(5경기)이다. 하창래 박승욱은 처음 뽑혔다. 경험 측면에선 왼발잡이 권경원과 오른발잡이 조유민이 선발로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커보인다. 둘은 최근 소속팀 활약도 좋다. 다만 권경원은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에선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선배 김영권의 자리를 넘보지 못한 이유다. 조유민은 동아시안컵을 제외하고 A매치를 풀타임 소화해본 적이 없다. 개인 능력면에서 '동갑내기' 김민재에게 크게 뒤처진 게 사실이다. 라이트백 포지션에도 A매치 경험이 없는 최준(서울) 혹은 황재원(대구)이 투입된다. 아무리 싱가포르와 중국의 객관적 전력이 낮다지만, 불안요소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년3개월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35세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큰' 정우영(알 칼리즈)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포백을 보호하고 전방위적으로 패스를 뿌려줄 정우영의 공백을 절실히 느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중용받았던 박용우(알 아인)는 전술을 떠나 스스로 흔들리는 모습으로 불안감을 가중했다. A매치 72경기의 풍부한 경력, 여기에 지난 시즌 사우디프로리그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은골로 캉테(알 이티하드), 루벤 네베스(알 힐랄) 등 세계적인 스타와 맞대결한 경험을 더한 정우영은 3선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찰떡 콤비를 자랑하는 16강 진출을 합작한 정우영-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재성(마인츠)의 '삼각 미들' 조합도 다시 꾸릴 수 있다. 중원이 안정되면 포백이 받는 압박감이 준다. 볼 소유 능력이 뛰어난 정우영이 가세할 경우, 상대가 볼을 가질 시간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실점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