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선재 업고 튀어'의 '태초의 수범' 작가, 감독의 인터뷰에서 배우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졌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시은 극본, 윤종호 김태엽 연출)의 이시은 작가, 윤종호, 김태엽 감독은 지난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종영 인터뷰에 임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지난 4월 8일 첫 방송 이후 회차가 거듭될수록 매주 압도적인 화제성과 놀라운 파급력으로 콘텐츠의 성공을 더 이상 시청률로 판단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선례를 만들었다. 특히 2030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줄곧 각종 화제성 지표를 올킬하며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8일 기준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FUNdex) 5월 4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4주 연속 1위, 변우석, 김혜윤은 TV-OTT 출연자 종합 화제성 조사 4주 연속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는 했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초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아니었다. 심지어 방영 내내 4%대 시청률을 지키고, 종영에 이르러서야 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시청률과는 반대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가 된 셈이다. 윤 감독은 "방영 다음 날 아침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ㅏ서 확인을 했다. 속상할 정도로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오르지 않아 작가님도 저도 아침부터 기운이 빠지는 일이 많았지만, 화제성이 좋다고 해주시고 타깃 시청률도 기존에 잡았던 목표치보다 200% 이상, 300%까지 올라가는 데이터를 받으며 위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이 행복하다는 작가, 감독들이었다. 실제로 작품에 대한 사랑에 더해 배우들에 대한 사랑까지 이어지며 행복한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 작가는 "기사로만 화제성이 높다는 것을 봤었는데, 변우석 배우가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서 팬분들이 '선재야'를 외치는 것을 영상으로 봤다. 드라마가 화제가 되면서 배우들, 캐릭터를 사랑해주셨다는 것을 느꼈고,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우리 굿즈를 사주시고 사진도 찍는 것을 보면서 체감을 했던 것 같다. 시청률 수치와 달리 드라마를 사랑해주시고 우리 드라마와 캐릭터를 사랑해주신다는 것을 방송 외적으로도 실감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캐스팅 과정까지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무려 3년 여의 제작 과정이 소요되는 동안, 남자 주인공의 변화도 존재했다. 이시은 작가는 변우석의 캐스팅과 관련해 "모든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을 캐스팅할 때 거치는 과정인 것 같다. 선재(변우석)는 감사하게도 캐릭터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작가 입장에서는 선재에 잘 맞는 배우가 필요했다. 수영선수도 해야 했고, 고등학생, 대학생, 30대 연기도 해야 했는데 마땅한 배우가 없었다. 누군가가 안 한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미지에 누가 잘 맞을지를 봤다. 선재는 '20세기 소녀'를 보고 '이런 배우 이미지가 참 좋겠다' 싶었다. 똑같이 교복을 입고, 과거 이야기라서 '왜 발견을 못했지? 내가 왜 보지 못했지?' 그런 생각을 했는데, 마침 재미있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았다. '선재가 해준다고?'하면서 저는 그때부터 이미 변우석은 선재였다. 처음 미팅을 하는데 카페에서 하는데, 걸어 들어오는데 선재가 걸어 들어오는 줄 알았다. 슬로우가 걸린 것처럼, '내 머릿속의 선재가 걸어오는구나'. 똑같이 선재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선재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내가 머리로 그리던 선재가 이 세상에 있을까 싶었는데, 그대로 이 모습으로 와줘서 운명 같다고, 고맙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또 김혜윤에 대해서는 "솔이가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다리를 다친 상황도 있지만, 기본 톤이 밝기에 밝은 연기를 하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연기를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 '불도저를 탄 소녀'를 봤는데, 그동안은 밝은 캐릭터를 본 것 같은데, 감정을 폭발하는 신은 많지 않다. 차갑고 버석한 표정 안에서 많은 감정이 담긴 표정이 보이더라. 솔이의 밝은 면과 아픈 면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서 처음엔 막연히 해줄 것 같지도 않은데, 솔이를 생각하며 '이런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집필하고 기획했다. 고맙게도 제가 대본을 많이 진행하고 나서 캐스팅 제의를 했을 때, 너무나 흔쾌히 저의 솔이로 와줘서 고마웠고, 감동했던 것 같다. '정말 솔이가 돼준다고?'했다. 믿기지 않아서 '정말 해준다고요?'하면서 본팩토리 대표님께 전화해 소리를 '깍' 질렀다. 혜윤이, 솔이야 말로, 저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존재가 아닐까. '네 덕에 썼다'고 한다. 고맙다"고 했다.
제작진은 성공의 공을 배우들에게도 돌렸다. 이시은 작가는 "대본보다 배우들이 채워준 것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한다. 우는 신이 아니었는데도 감정이 올라와서 우는 신도 많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선재가 아버지와 얘기하는 신이었다. 4회에서 수영을 관두게 되고 식당에서 얘기를 하는데, 원래 대본에는 길을 걸으며 담담하게 얘기한다고 썼었다. 그런데 촬영 여건상 가게 안에서 세팅이 돼서 대화를 하는 신으로 바뀐 것이다. 근데 그때 저는 영상을 먼저 보고 눈물이 흘렀다. 담담한 감정이었는데 눈물을 터뜨리며 하는 선재의 연기를 보면서 울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작가는 "(김)혜윤 배우의 장면 중 기억에 남은 신은 라디오 위로를 듣는 신이었다. 병실에서 버석한 감성으로 글을 썼는데, 여배우가 화장기 없이 헤어도 안 하고 누워서 그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폭발하는 감정이었고 초반 촬영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감정이라 '대본을 어떻게 살려줄까' 상상하면서 썼다. 그런데 겪어보지 않은, 다리가 불편한 소녀의 폭발하는 감정을 대본보다 이렇게 잘 살릴 수 있을까 싶어서 믿고 대본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신들, 100%, 120%, 150%를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믿음이 갔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내내 과몰입한 시청자들로부터 "진짜 사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변우석과 김혜윤이었다. 윤종호 감독 역시 가장 가까운 시청자로서 이를 바라지 않은 건 아니라고. 윤 감독은 "가까이서 많이 봤다"며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나 두 배우가 실제로 사랑을 하면 눈빛이 다르기는 하다. 모든 연출자는 작품이 끝나고 헤어지더라도 할 때는 사귀면 좋겠다고 한다. 정말 사귀는 사이면 떨리는 눈빛 하나들이 시청자가 볼 때 감동을 주고 설렘을 준다고 생각해서 배우들에게 그런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재는 기본적으로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 있어서 희열감을 느낄 때가 있다. 원체 솔이야 연기도 잘 하지만, 두 배우가 가진 눈빛은 어떤 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한, 제가 연출하며 봤던 눈빛 중에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그 두 사람이 사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또 내가 모르고 둘이 사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그 부분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재 업고 튀어'가 그렸던 헌신적인 쌍방 구원 사랑에 대해서는 보는 이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극중 솔과 선재의 사랑 탓에 이시은 작가의 실제 연애와 사랑을 궁금해하는 시선도 있다. 이시은 작가는 "저는 그런 사랑을 해보지는 않았다. 선재나 솔이가 사랑하는 마음을 쓸 때는 저희 아기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솔이가 선재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할까. 선재가 솔이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할까. 사실 저는 누군가를 덕질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선재가 솔이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가는 마음이 얼마나 크기에, 받는 게 없는데도 뛰어들어서 노력할 수 있을까. 아기를 생각하며 썼던 것 같다. 판타지 같은 사랑을 해보지 않았지만, 조금은 나에게 받는 게 없더라도 주고 싶은 게 많은 걸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로 결혼 10년차라는 이시은 작가는 15년의 긴 시간을 사랑하는 솔이와 선재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고 고백하기도.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이 작가는 스포츠조선과 대화하며 "저는결혼 10년차인데, 아직도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솔이와 선재의 뜨거운 만두를 손에 뱉으라고 했던 신은, 사실 남편이 저에게 껌을 손에 뱉으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며 썼다"며 수줍게 웃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