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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지?' 손흥민 저평가 심각한 수준...'17골 10도움'에도 시즌 평점 5위, '방출 후보' 히샬리송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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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을 평가하는 시선은 항상 곱지 않다.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던 시즌 이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는데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영국 풋볼 런던은 30일(한국시각) 2023~2024시즌 토트넘 1군 선수단에 대한 시즌 평점을 매겨서 발표했다.

당연히 주장 손흥민은 최상위권에 속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아니었다. 팀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이번 시즌 새롭게 영입된 굴리엘모 비카리오, 미키 판 더 펜이었다. 두 선수는 9점을 받았다.

비카리오와 판 더 펜이 기대 이상의 시즌을 보낸 건 사실이다. 위고 요리스가 토트넘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후 토트넘은 곧바로 비카리오를 영입했다. 대기만성형 골키퍼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점점 이름을 알리고 있던 골키퍼를 처음에 데려왔을 때, 의심의 눈초리가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비카리오는 더 이상 요리스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줬다.

환상적인 반사신경과 준수한 발 밑, 안정적인 수비 리딩 능력까지 보여줬다. 이번 시즌 EPL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세트피스 과정에서 상대 선수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는 점은 확연히 드러난 단점이었다. 다음 시즌 세트피스 수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비카리오다.

판 더 펜 역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 자펫 탕강가를 믿지 못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 가장 먼저 센터백 개선을 요청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판 더 펜을 데려오기로 한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판 더 펜은 높은 수비라인을 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절대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EPL에서 제일 빠른 속도를 보유한 판 더 펜의 수비력이 없었다면 토트넘은 이번 시즌 절대로 5위로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측면 수비로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시즌 막판에 증명해냈다. 다만 햄스트링 부상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비카리오와 판 더 펜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는 부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떠오르는 신성 데스티니 우도지다. 두 선수의 점수는 8.5점이었다. 월드컵 우승자인 로메로는 이번 시즌 부주장 역할을 맡은 뒤 한층 더 성숙해졌다. 첼시전에서 쓸데없는 퇴장을 당한 뒤 정신적으로 각성한 로메로는 경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으로 팀의 수비를 잘 이끌었다.

부주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강해진 모습이며 종종 보여주는 공격적인 전진은 날카로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도 절대 빠져서는 안될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대니 로즈가 기량이 하락한 뒤로 좌측 풀백에 대한 고민이 계속 존재했던 토트넘이 이번 시즌 드디어 고민을 털어낼 수 있었다. 세리에에서 기대받는 유망주였던 우도지가 합류하면서 좌측에 안정감이 생겼다. 아직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운동 능력을 기반으로 나오는 수비력과 공격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토트넘은 시즌 도중에 곧바로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우도지와 초장기 재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우도지의 활약상이 뛰어났다는 증거다.

평점 8점으로 팀 내 공동 5위에 자리한 선수가 바로 손흥민, 파페 마타 사르 그리고 페드로 포로였다. 손흥민이 평점 8점을 받은 이유를 요약하자면 후반기에 보여준 아쉬운 모습 때문이었다. 풋볼 런던은 '장기간에 걸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시즌이었다. 손흥민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에 때때로 피곤해보였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아시안컵 이후에 전반기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토트넘이 전술적으로 다른 팀들에게 읽히면서 가져온 여파를 무시할 수는 없다. 뉴캐슬전 0대4 참패를 당하기 전부터 토트넘은 상대의 높은 압박과 두줄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손흥민의 존재감이 경기장에서 사라진 것도 이때쯤이었다. 손흥민이 경기장에서 득점에 관여하기 위해선 패스가 제대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후방에서 제대로 빌드업조차 안되면서 토트넘이 자멸하는 경기 운영이 지속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3선까지 내려오는 플레이를 주문하기도 했지만 이는 손흥민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손흥민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던 것도 이때쯤이었다. 전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손흥민에게 공이 발밑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손흥민이 공중볼 능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에 당연히 존재감이 옅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원래 포지션인 좌측 윙포워드로 이동시켰다. 손흥민의 후반기 경기력이 살아난 것도 주포지션으로 돌아가면서부터다. 드리블이면 드리블, 패스면 패스까지 손흥민은 좌측에서 공격을 이끌어갔다.

문제는 동료들의 아쉬운 골 결정력이었다. 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셉스키 등 다른 공격수들이 손흥민이 만들어준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손흥민의 도움왕 사냥도 아쉽게 불발됐다. 다행히 리그 10골-10도움 기록 달성에는 성공했다.

후반기 막판에 아쉬웠다고 해도, 손흥민은 득점 8위, 도움 공동 3위, 공격 포인트 5위로 EPL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해리 케인이 없어도 토트넘이 건재할 수 있다는 걸 손흥민이 직접 증명해냈다. EPL 득점왕에 오른 후 부진하자 이제 손흥민도 하락세라는 여론이 존재했지만 이번 시즌의 활약을 통해서 여전히 손흥민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이런 선수에게 평점 8점은 다소 아쉬운 점수다. 손흥민을 제외하고 토트넘에서 공격 포인트 20개를 넘긴 선수가 없다. 손흥민의 골 결정력과 마무리 능력이 없었다면 토트넘은 5위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손흥민의 역할이 매우 대단했던 시즌이다. 케인이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좋은 역할을 해줬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이번 시즌 또 하나의 초신성인 파페 사르와 손흥민이 동률이라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 충격적인 건 손흥민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만 맹활약한 히샬리송이 7.5점이라는 것이다. 히샬리송은 이번 시즌 11골을 넣었지만 현재 방출 후보로 분류될 정도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17골 10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이 8점이고, 11골 4도움을 해낸 히샬리송이 7.5점이다. 공격수에게 제일 중요한 게 득점 기여도인데 공격 포인트 개수가 12개나 차이나는데 평점 차이는 0.5점이다. 이번 시즌 내내 마무리에서 성장하지 못한 브레넌 존슨도 7.5점, 후반기 내내 살아나지 못했던 제임스 매디슨도 7.5점을 받았다. 손흥민이 과연 히샬리송, 존슨, 매디슨보다 0.5점밖에 잘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