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사단법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지난 8일 내놓은 '2023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6홀 이상 522개 골프장(국방부 체력단련장-미군 기지 내 골프장 제외) 이용객은 총 4772만명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계별로 폐지됐던 2022년 총 이용객 수(5058만명)보다 5,7%(286만명) 감소한 수치다. 제주도는 지난해 이용객이 2022년 대비 15%나 감소했고, 비수도권 골프장 역시 하락폭이 큰 편.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본다면 이용객 수가 줄어든 골프장 그린피나 부대 비용은 떨어지는 게 맞다. 비수도권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이전의 비용대로 돌아갔다는 평가.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선 최소 20만원 이상의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외부 수요에 의해 어느 정도 충당되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및 제주도 일부 골프장에선 일본-중국 등 해외 단체 골프 여행객을 유치해 성과를 내고 있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명 이상 단위의 해외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을 찾고 있다.
국내 골프 비용은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3~4배 가량 비싼 고가다. 항공료, 부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왜 굳이 한국을 찾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
하지만 돈 주고 못 사는 '상류감'이 있다. 해외 골퍼들이 '한국 골프 여행'에 나서는 이유는 프리미엄에 맞춰져 있다.
일본 대중제 골프장 대부분은 경기보조요원 도움 없이 직접 카트를 운전해 코스를 이동하고 골프백을 옮기는 '노캐디 셀프 라운드'로 진행된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직접 골프백을 차에서 내려 카트에 싣고, 코스 가이드는 카트에 비치된 태블릿 PC를 이용한다. 식사는 쿠폰으로 해결. 중국은 규모 면에서 한국, 일본 골프장보다 큰 편이지만 여전히 소비자 입장에서 '가심비'를 느끼기엔 코스, 서비스 등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국내 골프장은 이런 일본, 중국 골프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만족감을 채워준다. 자국 명문 클럽에서나 받을 수 있는 대우를 한국에선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고, 코스 관리 면에서도 우수하다. 비싸도 한국을 찾는 이유다. 한옥 양식의 클럽하우스와 수준 높은 코스 관리로 국내 골퍼들 사이에서 유명한 강원도 춘천의 라비에벨이나 그밖의 대형 골프장들이 해외 골퍼들이 선호하는 코스로 꼽히고 있다. 관광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제주도 역시 중국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해외 골프 여행객 유치는 이용객 감소에 신음하던 국내 골프장에겐 희소식. 특히 해외 이탈이 상당한 제주 지역 골프장들에겐 새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이 겨울철 따뜻한 날씨를 찾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향하듯, 일본-중국 골퍼들이 '가심비'를 느끼기 위해 국내 골프장을 찾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다만 이런 해외 골퍼 유치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은 편.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골프텔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 단체 골퍼를 유치할 수 있는 규모의 골프텔을 갖춘 골프장을 찾기 쉽지 않은 게 사실. 규모를 늘리고 싶어도 각종 관련 법규에 묶여 개발이 쉽지 않다.
인력 문제도 있다.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경기보조요원이 일부 존재하지만, 단체 골퍼를 유치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 풀을 갖춘 골프장은 찾기 어렵다. 이밖에 국내와 상이한 골프 문화, 진행 등 여러 문제들이 해외 단체 골프 여행객 유치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 인구가 점점 줄면서 골프장 가격은 합리화되는 추세로 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골프장들은 해외 골프 여행객 유치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잡고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며 "해외 골프 여행객 유치가 탄력을 받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