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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48시간, 마침내 입 연 '삼성맨' 박병호 "어려울 때 손 내밀어준 KT, 약속 못지켜 팬들께 죄송"[대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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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국민거포' 박병호(38)가 삼성 라이온즈에서 새출발한다.

박병호는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났다. 하루 전까지 KT 위즈 소속이었던 박병호는 잠실 두산전 직후 트레이드가 발표되자 신변을 정리, 이튿날 일찍 대구행 채비에 나섰다. 낮 12시께 라이온즈파크에 도착한 박병호는 이종열 단장 및 삼성 프런트와 인사를 나눴고, 박진만 감독 및 선수단과 상견례 시간을 가졌다.

순탄치 않은 행보였다.

지난 26일 KT에서 1군 말소된 박병호는 팀에 직접 웨이버공시를 요청하면서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병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깨달은 KT는 트레이드 작업에 나섰고, 삼성과 의견이 일치하면서 오재일을 주고 받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더 뛰고자 하는 박병호의 의지를 이해한다는 의견과, 키움 히어로즈에서 FA 자격을 얻은 뒤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손을 내민 KT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대립했다. 박병호가 얻고자 했던 기회가 과연 경쟁 우선인 프로 세계에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한 물음표도 이어졌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선 박병호는 "붕 떠 있는 기분이다. 어제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곧바로 대구로 내려왔는데, 3시간 동안 운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이날 치르는 키움 히어로즈전에 박병호를 6번 지명 타자로 곧바로 선발 출전시켰다. 허리 부상 여파로 출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정. 박 감독은 "훈련을 지켜보니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더라"고 출전 결정 배경을 밝혔다. 박병호는 "솔직히 부담감이 없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 '몸 상태가 괜찮다면 경기 감각에 대해선 두려워 하지 말고 (경기에) 나가는 게 맞다. 나가자'고 하셨다"며 "경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레이드설이 알려진 뒤 안팎에서 쏠린 시선,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박병호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박병호는 "4월부터 얘기를 해왔다. 경기를 많이 못 나가는 상태였고, 구단에서도 신경이 쓰일 만한 상황이었다. 감독님이 대수비도 편하게 못 내보내는 상황이 와서 (은퇴) 이야기를 했다. 5월에도 한 차례 더 말씀을 드렸다.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걸 알고 있었기에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며 "처음엔 그만두는 쪽으로 대화가 시작됐지만, '다시 알아보고 좀 더 기다려보자. 이렇게 은퇴하는 게 너무 아쉽지 않냐. 한 번 더 알아보고 그게 안되면 그렇게 하자'는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그는 "기사를 봤다. 경기를 못 나가서 구단과 싸우고 헤어지는 쪽으로 비춰지는 오해도 있는 것 같다"며 "은퇴를 마음먹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울컥울컥 하게 되더라. 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어제 KT를 떠나면서 모두에게 인사를 드렸다. (이강철) 감독님은 다시 한 번 '은퇴하기는 너무 이르다. 삼성에서 잘 마무리 했으면 한다'는 격려를 받았다. 나도 감독님께 KT에서 정말 감사했다고 이야기를 잘 마무리 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삼성 이적 후 첫 상대는 박병호가 '국민거포'로 꽃피운 히어로즈다. 히어로즈 출신인 오재일 역시 KT 유니폼을 입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두산 베어스와 만난다. 박병호는 "어제 (오)재일이랑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좀 웃기긴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병호는 "잘 하겠다는 자신감보다,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다. 팀에서 기대하는 수치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내가 노력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끝으로 박병호는 KT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2년 전 내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팀이 KT였다. KT에서 다시 홈런왕을 했고,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KT 팬들의 큰 응원을 받았고,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돌아본 박병호는 "구단에선 내 앞날을 생각해 이런 결정을 해주셨다. KT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선수 생활 마지막을 KT에서 하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했고 상상했는데 그 부분을 지키지 못한 채 중간에 떠나버린 선수가 됐다. 너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