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이고~ 울겠다 울겠어!"
모처럼 히어로 인터뷰에 임한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34)는 감정이 복받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지나가던 황성빈(27)의 놀림이 그의 기분을 풀어줬다.
이학주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시리즈 3차전에서 시즌 1호 포함 홈런 2방을 쏘아올리며 팀의 10대6 승리를 견인했다.
4회말 KIA 윤중현을 상대로는 중앙, 8회말 김민재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각각 125m,105m였다. 이학주가 한경기 멀티포를 친 건 KBO리그 첫 시즌이던 2019년 3월 27일 부산 롯데전 이후 1884일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학주가 자이언츠 공식앱 4월의 스타플레이어로 선정, 팬들에게 커피를 선물하며 올해 첫 사인회를 가진 날이기도 했다. 이학주는 "팬들이 주신 에너지 덕분"이라며 새삼 감격을 되새겼다.
황성빈은 이학주 뿐만 아니라 롯데 선수들이 홈런을 칠 때마다 더그아웃 앞으로 달려나와 뜨겁게 환영하는 선수다. 이학주는 "다른 선수보다 날 더 세게 때린 것 같다 좀 아프지만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어제 경기 끝나고 많이 혼났다. 내가 앞타순(9번타자)이고 (황)성빈이가 내 뒤에서 치는데, 나가질 못하니까…그래서 어제 잠잘 때까지 타격 연습을 했다. 역시 잘하는 선수다보니 서로 기분도 좋고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이학주는 최근 들어 불방망이가 다소 잦아든 대신 수비에서 견실함을 더하던 참. 그는 "방망이 안 맞는 스트레스를 수비에 풀기 위해 더 집중했다. 그랬더니 타격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했다"며 웃은 뒤 "첫 홈런은 넘어간지도 모르고 열심히 뛰었다. 감독님, 타격코치님들이 제게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셨다. 특히 오늘도 임훈 코치님한테 1대1 레슨을 받은게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최근 김태형 감독의 조언에 따라 레그킥 없이 토탭으로 타격을 했다가, 이날은 다시 살짝 레그킥을 하는 모습. 이학주는 "감독님께서 간결하게 타격하는 것을 주문하셨다. 한번에 되진 않았지만, 타격 연습 때마다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다. 오늘 투수랑 타이밍이 잘 맞았나보다"며 거듭 감사를 드러냈다.
그는 "전 이번 3연전 스윕에서 한게 없다. 우리 투수들이 잘던졌고, 선수들 수비가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주전 유격수라고 생각한적 절대 없다.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수비에서 한발이라도 더 뛰어다니고 있을 뿐이다. 이제 밑에 선수들도 치고 오고 있다. 한시도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홈런 2개 친 거보다 수비에서 투수들한테 도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오늘도 윌커슨 던질 때 3루수 (김)민성이 형하고 콜플레이가 안 맞는 모습이 있어서 미안했다. 작은 것부터 섬세하게, 집중하는 선수가 되겠다. 당연히 우리팀 5강 가는게 목표다. 가을야구 꼭 하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