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날 치열한 추격전에 종지부를 찍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선발출전이 이뤄졌다.
KIA 타이거즈 박정우가 그 주인공이다. 박정우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9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경기전 만난 이범호 KIA 감독은 "김선빈과 최원준이 다소 지쳐있는 상황이라 체력 안배를 위해 홍종표(2루) 박정우(중견수)를 선발로 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박정우는 전날 경기에서 치명적 주루 실수를 범하며 패배의 장본인이 됐기 때문.
전날 KIA는 1-4로 뒤지던 9회초 대추격전을 벌였다. 박찬호의 안타, 나성범 최형우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이우성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1사 만루의 끝내기 주자가 이어졌다. 김선빈은 롯데 우익수 신윤후 쪽으로 매서운 타구를 날렸다. 빠르고 탄도가 낮은 타구였지만, 워낙 정면이라 신윤후가 침착하게 잘 잡아냈다.
이때 나성범 대신 대주자로 출전, 3루에 있던 선수가 바로 박정우였다. 어차피 2점차라서 다음타자가 적시타를 쳐야 동점임을 감안한다면, 그냥 3루에 머무르는 게 상수였다. 타구의 비거리를 감안해 반대로 과감하게 홈을 노려볼법도 했다.
하지만 박정우는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다. 반박자 늦게 홈으로 파고들다 롯데 우익수 신윤후의 송구가 날카롭자 주로 중간에 멈춰선 것. 결국 KIA의 역전 찬스는 직선타에 이은 협살로 끝났다.
이범호 감독은 박정우에 대해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있어야한다. (박정우의 플레이는)경험 부족이었다"라고 일침을 던졌다. 1점차라면 홈에서 승부를 거는 법도 있지만, 2점차인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그러면서도 박정우를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그는 "퓨처스에선 박정우가 뛰면 웬만하면 다 산다. 반면에 1군은 모든 상황에 대처가 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확실한 판단이 필요했다. 다만 이것도 경험이 쌓여야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깊은 신뢰를 표했다.
"지나간 경기를 되돌려본들 큰 의미가 없다. 오늘 경기에서 선발출전하는 만큼 잘 풀어주길 바란다. 모든 사람이 지켜봤을 어제의 실수에 대해 질책하고픈 마음은 없다. 다음에 같은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면 곤란하지 않겠나. 다만 여긴 프로 무대다. 스스로 반성하고, 어제를 딱 잊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는게 또 프로무대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