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포스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구하지 못해 3월에 이어 6월 A매치를 김도훈 임시감독 체제로 치르는 대한축구협회(KFA)가 U-21 대표팀이 나서는 툴롱컵에도 임시감독을 파견한다.
협회는 22일 '대학지도자' 최재영 선문대 감독이 'U-21 선발팀'을 이끌고 6월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프랑스 툴롱에서 열리는 '축구 유망주의 경연장' 2024년 모리스 레벨로 국제친선대회(이하 툴롱컵)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아주대 남현우 코치가 골키퍼 코치를 맡고, '협회 전임지도자' 송창남 조세권 코치가 최 감독을 보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1967년 출범해 57년의 역사를 지닌 이번 툴롱컵에 역대 5번째로 참가한다. 이번 대회에는 유럽 전통강호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멕시코, 파나마, 코트디부아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10개팀이 참가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A조에 속해 사우디(6월 3일) 코트디부아르(5일) 프랑스(8일) 멕시코(11일)를 차례로 상대할 예정이다. 대회는 각조 1위 두 팀이 결승에 오르고 나머지 팀들은 순위 결정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툴롱컵 준비 과정을 지켜본 축구인, 축구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 '임시감독'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선임 배경, 각급 대표팀 운용 계획 등에 대한 비판이다. 협회는 U-21 선발팀이 출국하는 6월 1일을 열흘 남짓 남겨두고 감독을 선임했다. 최 감독에겐 이번주 초에 선임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랴부랴 프로 구단과 접촉해 이번 대회 출전 연령대인 2003년생 이후 출생 선수들의 차출을 요청했지만, 구단은 이번 툴롱컵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대회가 아니어서 강제 차출 의무가 없고, 대회 기간 중 K리그 22세이하 선수 의무출전 면제도 이뤄지지 않아 난색을 보였다. 협회도 "K리그 등 프로 선수들의 차출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대학축구연맹과 협의해 해당 연령대 대학 선수들을 선발하고, 소집 가능한 프로 선수들도 포함해 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은 대학 소속 감독과 대학생 위주의 반쪽짜리 팀으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형편이다. 많고 많은 협회 전임자를 두고 외부에서 감독을 선임하는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툴롱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티에리 앙리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한 청소년 국제대회다. 이강인도 2018년 대회를 통해 잠재력을 입증했다. '미래의 K리거'인 대학생 선수들에겐 세계적인 팀과 맞대결하는 건 소중한 기회이겠지만, 2025년 칠레 U-20 월드컵,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과 같은 연령별 대회를 앞둔 한국 축구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을 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6년 전엔 달랐다. 한국은 지난 2018년 정정용 당시 U-20 대표팀 감독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영욱(서울) 등 19세이하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려 툴롱컵에 나섰다. 12개팀 중 11위에 머무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프랑스 전지훈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원팀 정신을 다져 1년 뒤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썼다. 2013년과 2014년엔 이광종 '정식감독'이 각각 U-20 팀과 U-23팀을 이끌고 대회에 출전했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거친 이 감독이 다양한 선수를 발탁해 선수 풀을 늘리고, 한 방향으로 팀을 끌고 갔다. "툴롱컵을 통해 유럽, 남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쌓였다"고 한 이 감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황 감독 후임을 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협회는 공석인 U-19팀 감독을 채우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창원 신임감독의 데뷔전을 '국제대회'(툴롱컵)가 아니라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U-19 4개국 '아시아대회'로 정했다. 참가팀은 한국,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협회는 프랑스 올림픽대표팀 등이 출전하는 툴롱컵을 마치 유니버시아드 대회처럼 치르기로 한 모양새다. 대회 후 황선홍 전 U-23 감독 후임이 선임될 텐데, 이런 흐름이면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 운영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대회 운영 방식까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25일이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지 100일이 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