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1일 대구 삼성-KT전.
종반 승부처에서 삼성 김영웅의 극적인 동점포가 터졌다. 2-5로 뒤지던 8회말 1사 2,3루에서 동점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답답했던 타선 흐름 속에 침묵하던 라이온즈파크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한방.
긴급하게 투입된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한 극적인 홈런포라 전율이 두배였다.
운명의 공이 된 3B2S 풀카운트에서 6구째. 기록원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삼성 라이온즈 전력분석팀은 '129㎞ 커브'라고 분석했다. KBO 공식기록은 '127㎞ 슬라이더'였다.
왜 이런 구종 차이가 발생한걸까.
다음날인 22일 KT위즈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레전드 투수 출신 이 감독은 취재진과 '투수 구종 추가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박영현이 홈런을 허용한 바로 그 공을 언급했다.
"영현이가 스위퍼를 던지겠다고 시도를 몇 번 했었다. 어제 맞은 그 공이 스위퍼였다. 원래 슬라이더를 생각하고 던졌는데 변하지도 않고 밋밋하게 가더라. 직구 타이밍에 나오다 맞은 것"이라며 "나도 그랬다. 이것저것 던지려고 시도했는데 결국 이거라도 잘 던지자 하는 생각으로 원래 던지던 걸로 돌아가더라. 새로운 무기를 익숙하게 던지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바야흐로 스위퍼 열풍 시대. WBC 결승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잡던 멋진 공. 너도 나도 배움에 나섰다.
KBO리그에서는 지난해 NC 페디가 던져 큰 관심을 모았다. 페디는 스위퍼로 20승을 올리면서 3관왕과 MVP를 휩쓴 뒤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 했다. 국내 투수들이 스위퍼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역 시절 152승으로 통산 최다승 5위에 올라 있는 레전드 잠수함 출신 이강철 감독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조웅천 코치가 현역 시절 미국에서 체인지업을 배워서 3~4년 만에 완성했다. 체인지업이 거의 없었던 때였다"며 성공적인 새 구종 장착의 예를 들었다. 이어 "당장 써먹지 말고 계속 가지고 있다가 자기 공이 잡히기 시작하면 그때야 던지고, 써 먹다 또 새로운 구종을 던지는 수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현과 김영웅은 대한민국 투-타의 젊은 보배들.
한방이면 동점이 되는 긴박한 상황에 연습중인 새 구종을 과감하게 던져본 박영현의 배짱도, 실투를 놓치지 않고 클러치 홈런으로 연결한 김영웅의 집중력도 놀랍다.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단단하게 여물어 완성형 대선수로 커나갈 선수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