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손흥민은 프로페셔널함으로 가득찬 선수였다.
토트넘은 22일 오후 6시 45분(이하 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크리켓 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포스트시즌 친선경기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거뒀다. 양 팀은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승부차기를 진행했고, 토트넘은 4대5로 패배했다.
이번 일정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사안이다.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이 곧바로 휴식을 취하기 마련인데 토트넘과 뉴캐슬 선수들은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또 소화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시즌 후 진행되는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경기는 너무 무모하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며 토트넘을 향한 맹비판을 퍼부었다.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전이 영국에서 치러졌다면 이렇게 강도 높은 수위의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양 측 선수단은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이 끝나자마자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국부터 호주까지는 엄청난 장시간 비행이다. 두 나라의 시차는 9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시차가 많이 나는 나라로 장시간 여행을 하고 날아가서 하루만에 적응을 마치고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었다. 시즌 내내 피로가 누적된 선수들의 시차 적응이 될 리가 없었다. 당연히 부상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희생시켜서 구단이 돈을 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장 손흥민의 경우, 뉴캐슬과의 친선전을 소화한 뒤에 한국으로 날아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6월 A매치를 준비해야 한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이기 때문에 김도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은 손흥민에게 휴식을 줄 여유도 없다.
텔레그래프는 '구단들은 EPL 재정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에 추가 수익이 필요하다. 하지만 토트넘과 뉴캐슬이 받는 수수료가 얼마이든 간에, 가치가 없다. 프리시즌 투어를 위해 토트넘은 한국, 뉴캐슬은 일본으로 간다. 그런데도 이런 포스트시즌 일정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이런 일정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비판과 별개로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은 프로페셔널하게 경기에 임했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친구인 키어런 트리피어와 계속해서 부딪히면서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라인을 깊이 내린 뉴캐슬을 상대로 토트넘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뉴캐슬의 수비를 뚫기는쉽지 않았다. 전반 22분 뉴캐슬의 빌드업에서 실수가 나와 제임스 매디슨이 슈팅까지 이어갔지만 벗어났다.전반 24분에는 재미난 장면이 연출됐다.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다가 트리피어와 엉켜 넘어졌다. 트리피어가 손흥민을 저지하려다가 범한 반칙이었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반칙을 당해 기분 나쁠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과 트리피어는 서로를 향해 웃었다. 트리피어가 손흥민을 일으켜주면서 두 선수의 우정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 수 있었다.
토트넘은 선제골을 만들었다. 전반 31분 이번에도 후방에서 뉴캐슬의 실수가 나왔다. 매디슨이 가로챈 뒤에 직접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전반 40분에는 손흥민의 완벽한 패스가 나왔다. 손흥민이 좌측에서 볼을 받은 뒤에 브레넌 존슨에게 완벽한 패스를 보내줬다. 그러나 존슨은 골대 바로 앞에서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손흥민의 도움을 날렸다.
토트넘은 지난 뉴캐슬 원정에서의 0대4 참사를 복수할 것처럼 보였지만 전반 막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조엘링톤부터 시작된 공격이 제이콥 머피한테 이어졌다. 머피가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골키퍼가 쳐냈지만 바로 앞에서 알렉산더 이삭이 밀어 넣었다. 전반전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에는 손흥민이 뛰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손흥민은 그대로 출전했다. 다른 주전급 선수들은 대거 교체됐다. 미키 판 더 펜, 페드로 포로, 로드리고 벤탄쿠르, 매디슨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곧바로 교체됐다. 손흥민은 호주에 있는 토트넘 팬들을 위해 조금 더 경기장을 누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후반 16분까지 최선을 다해 뛰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토트넘의 젊은 자원들과 뉴캐슬의 유망주들이 계속해서 슈팅 찬스를 만들었지만 리드를 가져오는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는 토트넘 1번 키커로 나선 브리안 힐이 막히면서 토트넘이 어렵게 출발했다. 나머지 키커들은 모두 성공시키면서 뉴캐슬이 웃었다. 손흥민은 영국 풋볼 런던으로부터 평점 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풋볼 런던은 '많은 한국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트넘 주장은 쇼를 펼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뉴캐슬과 옛 팀 동료인 트리피어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토트넘의 가장 위험한 선수였다. 존슨이 도움을 만들어줘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손흥민의 2023~2024시즌이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이제 휴식을 취한 뒤 6월 A매치를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