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타자들이 체력적으로 떨어진 게 눈에 보인다."
지난 주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선두 자리를 위협 받는 상황 속에서 방망이가 좀처럼 안 터지던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그동안 6월에 접어들면 타자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시기적으로 며칠 빨리 온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월 초에 개막했던 KBO리그는 올 시즌 3월 23일 스타트를 끊었다. 1주일 빨라진 시즌을 고려하면 지금은 작년 6월과 비슷한 시기라 볼 수 있다.
지난해 KIA의 6월 팀 타율은 2할3푼9리로 꼴찌였다. 개막 후 두 달간 팀 타율 2할6푼5리로 LG, NC에 이은 전체 3위였지만, '무기력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시즌 초반 활약했던 주축 타자들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올해 5월 KIA의 월간 팀 타율은 2할7푼6리로 작년보다는 크게 나아진 편. 하지만 3~4월 10홈런-10도루를 기록했던 김도영은 단 4타점에 그치고 있고, 출루율도 0.350으로 크게 낮아졌다. 최원준도 출루율이 0.295에 불과하고, 쏠쏠한 활약을 펼치던 서건창도 월간 타율이 1할5푼2리,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2할2푼4리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5월 타율이 무려 3할9푼7리인 박찬호를 비롯해 최형우 이우성의 활약 속에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마운드 부담도 한계치에 다다른 모양새. 이의리 임기영 크로우가 빠진 채 대체 선발 체제를 운영해오면서 피로 누적에 대한 지적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러다 지난 16일 광주 두산전에서 연장 12회 승부를 펼치면서 선발 윤영철 이후 불펜 투수 9명을 투입한 게 큰 데미지로 작용했다. 17~19일 창원 NC전에서 불펜 투입을 최소화하긴 했으나, 최근 불펜 체력 부담은 21~22일 부산 롯데전 연패로 여실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KIA 앞엔 또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 원정을 마친 KIA는 24~26일 안방 광주에서 두산과 다시 만난다. 앞서 혈투의 기억이 선명한 가운데, 최근 두 팀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구도가 펼쳐질 전망. 주말 3연전을 마치고 하루를 쉬면 28~30일 다시 창원으로 건너가 2위 NC와 맞대결한다. 3연전 결과에 따라 두산, NC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격차. 최근 KIA의 팀 상황을 뜯어보면 이 맞대결들의 중요성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소식은 있다. 재활을 마친 이의리 임기영이 퓨처스(2군) 실전 점검을 거쳐 1군 복귀 시기를 맞추고 있다. 부상 복귀 후 부진했던 나성범도 서서히 감각을 끌어 올리는 모습. 구멍이 컸던 선발 두 자리와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4번 타자 리스크가 채워진다는 것은 KIA에 다시 추진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요소다.
이 감독은 "남은 기간만 잘 버텨 넘어간다면 곧 우리 페이스를 확실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권을 노리는 타이거즈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