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팀은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한국 생활 3년차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선수도 있다.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한방 장타력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타격 지표가 끝없이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수비마저 흔들린다.
KIA는 21~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잇따라 2연패했다.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를 비롯해 이의리, 임기영 등 주력 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그나마 정상 가동되는 제임스 네일, 윤영철이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를 스윕하며 선두를 질주하던 KIA로선 갑작스럽게 꼴찌팀 롯데에게 일격을 당한 상황.
박세웅이 1회를 제외하면 무려 8회까지 호투를 이어간 반면, 윤영철은 기세가 오른 롯데 타선에 초반부터 거듭 압박당했다. 1회 윤동희, 2회 유강남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중견수 최원준의 호수비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0의 행진에 균열이 간 것은 3회말이었다. 롯데는 2사 후 고승민의 안타, 레이예스의 볼넷으로 다시한번 득점 기회를 잡았다. 5번타자 김민성은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잘 맞은 타구는 좌측 펜스 쪽으로 뻗어나갔다.
잡지 못할 타구까진 아니었다. 문제는 소크라테스의 타구 판단이었다. 그의 생각보다 타구가 훨씬 멀리 뻗었다. 허둥지둥 타구를 따라 뛰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민성의 타구는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2타점 2루타가 됐다. 소크라테스는 마지막 순간 점프하며 글러브를 뻗었지만, 공은 소크라테스의 키보다 낮은 쪽 펜스에 맞고 튀어나왔다.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첫 판단이 정확했다면, 혹은 그 직후라도 잘 따라갔다면 잡을만한 타구였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하늘이 흐리다보니 소크라테스가 순간 공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다음타자 나승엽 역시 좌측으로 뜬공을 쳤다. 소크라테스는 또 순간적으로 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공이 어느정도 떠올랐던 덕분에 뒤늦게 따라가서 잡아냈다.
2022년 KIA 유니폼을 처음 입은 이래 2년간 보여줬던 견실한 수비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물론 '본업'인 타격의 부진이 가장 아쉬움이 크다. 소크라테스의 타격 성적(이하 21일까지)은 2할5푼4리 8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3. 첫 시즌의 17홈런-0.848, 지난 시즌의 20홈런-0.807 대비 크게 하락한 수치다.
지난 2년간 5월만 되면 불방망이를 휘둘러 '5월의 남자'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예외다. 5월은 차갑다. 타율 2할2푼4리, OPS 0.612에 그쳤다. 문제는 3, 4, 5월이 되면서 점점 성적이 주저앉고 있다는 점.
사령탑의 생각은 어떨까. 소크라테스는 지난 19일 NC 다이노스전 선발에서 제외됐다가 21일 롯데전에 복귀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써야하는 선수, 함께 가는 선수"라며 혹시나 모를 교체 가능성을 부인했다.
"질책성 선발 제외는 아니고, 지쳤다고 판단했다. 그날 하루 휴식을 통해 체력도 아끼고, 머리도 한번 식히라는 뜻이었다. 지금 성적이 잘 나오다보니 말이 많이 나오는데, 지금은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고, 향후 소크라테스가 올라오는 시점이 있을 거다. 중요한 상황마다 클러치 능력만 보여준다면 큰 문제 없다고 본다. 빨리 본인의 야구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22일 경기는 이 같은 이범호 감독의 인내심도 순간 바닥났다. 이날 소크라테스는 3번의 타석에서 1루, 1루, 투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KIA는 1-4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의 마지막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KIA 벤치는 소크라테스 대신 이우성을 대타로 기용했고, 이우성은 유격수 강습 1타점 적시타로 기대에 부응했다. 소크라테스는 더그아웃에 우두커니 서서 그라운드를 씁쓸하게 응시해야했다. KIA는 후속타 불발로 추가점수를 내지 못하고 패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