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눈에 들어오는데 안 맞는다니까요."
두산 베어스 캡틴이자 홈런타자 양석환의 말. 그 투수는 키움 히어로즈 신예 우완 김인범(24)이다.
김인범은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10대3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14일 LG 트윈스전 5이닝 무실점 데뷔 첫 승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한 2경기 연속 승리.
현 시점, 키움의 토종 에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움은 하영민, 김선기 두 선수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지만 잘 버텨주던 두 선수가 최근 부진했다. 홍원기 감독은 겨우내 선발 경쟁을 했던 선수들에게 돌아가며 기회를 줬다. 김인범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기회를 잡고,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은 케이스다.
지난달 21일 두산 베어스전 부터 선발로 나섰는데 꾸준한 모습이었다. 2일 롯데 자이언츠전 5⅓이닝 5실점이 옥에 티. 이 경기도 패전은 아니었다. 나머지 선발 5경기 중 4경기에서 5이닝(나머지 1경기는 4이닝)2실점 이내로 막았다. 올시즌 평균자책점이 2.34. 김인범이 버텨주지 못했다면, 키움은 현재 꼴찌 싸움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양석환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공은 느리다. SSG전도 직구 최고구속 139km에 그쳤다. 평균은 130km 중반대라는 의미다. 만만하게 보이는데, 안맞는다. 볼끝이 나쁘지 않고, 제구가 좋기 때문이다.
슬라이더 각도가 좋다. 김인범의 투구를 지켜본 투수 전문가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슬라이더가 45도 각으로 떨어지더라. 슬러브와 비슷한 형태다. 보통의 슬라이더보다 잘 떨어지고, 커브보다 빠르니 타자들이 생소할 것 같다. 구속과 관계 없이 투구폼이 와일드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저 한두번 잘 던졌다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 표본이 모였다면 이제 김인범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피칭은 아니지만 5~6이닝을 2~3실점 안으로 막아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김인범은 LG전 데뷔 첫 승 후 신인왕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9년 지명을 받고, 2021년 입단 했지만 작년까지 단 3경기 출전이 전부라 신인상 수상 자격이 된다. 키움의 현실상 아프지 않고, 급격하게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계속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이닝 수를 늘리고 평균자책점을 낮게 유지하면 된다. 최대한 승수를 쌓으면 유리한 구도를 점할 수 있다.
물론 경쟁자들이 많다. 김택연(두산) 황준서(한화) 등 고졸 특급 신인들에 곽도규(KIA) 최준호(두산) 등 2년차 신예들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강야구' 출신 신인인 황영묵(한화) 고영우(키움) 등 야수들도 좋은 기량과 인지도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장 무서운 선수는 LG 트윈스의 김범석이다. 처음에는 대타감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기세면 꾸준하게 경기에 나갈 전망. 18일 KT 위즈전 연타석 홈런 등 시즌 홈런수를 5개까지 늘렸는데, 지금 보여주는 실력을 봤을 때 기회만 주어지면 20개 이상도 거뜬할 것 같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