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탁구의 미래' 오준성(18·미래에셋증권)이 종별선수권 남자단식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준성은 17일 강릉아레나에서 펼쳐진 제70회 버터플라이 남녀종별탁구선수권 남자단식 결승에서 '한솥밥 한살 위 라이벌' 박규현(19·미래에셋증권)을 3대1로 돌려세우며 우승했다.
박규현이 첫 게임을 11-4로 잡았지만 2게임을 오준성이 11-8로 잡아내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고 이후 오준성이 3-4게임을 각각 11-7, 11-5로 따내며 게임스코어 3대1, 역전승했다. '런던올림픽 은메달 레전드'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의 아들로, 지난해 전국종합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달성한 오준성이 종별선수권서도 남자 일반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 소속 오준성과 박규현은 절친이자 라이벌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란히 '탁구신동'으로 주목받으며 남자탁구의 미래로 인정받았다. 2021년 11월 중고 탁구최강전 결승이 오준성과 박규현이 학생선수로 펼친 마지막 승부였는데 당시 대광중 3학년이던 오준성이 신반정보고 1학년이던 박규현을 꺾고 우승했었다. '왼손 에이스' 박규현은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2022년 초 미래에셋증권에 입단했고, 오준성은 같은 해 8월 대광고 1학년 재학중 대통령기 단식 일반부에서 우승한 후 입단 절차를 밟아 김택수 총감독, 오상은 감독 아래 '한솥밥'을 먹게 됐다.
'탁구 올인'을 선언한 두 신동은 이후 폭풍성장했다. 왼손 셰이크핸더 박규현과 오른손 셰이크핸더 오준성은 복식 파트너로 최강 호흡을 보여주며 2022년 제76회 종합선수권 남자복식에서 선배들을 줄줄이 꺾고 우승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될 성 부른 '영건'들의 패기만만한 활약에 힘입어 실업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종합선수권에서도 오준성과 박규현은 복식 2연패를 달성했고, 단식에선 오준성이 우승, 박규현이 준우승했다. 단체전 우승과 함께 미래에셋증권의 전관왕 역사를 썼다. 오준성은 지난해 9월 아시아선수권,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로 나서 한국 남자탁구 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오준성의 약진에 박규현의 추격이 이어졌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박규현은 오준성을 꺾고 국가대표가 돼 '안방' 세계선수권에서 선배들과 함께 동메달을 일구는 역사를 썼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절친, 라이벌이 종별선수권 단식 결승에서 운명처럼 다시 마주쳤고 이번엔 오준성이 웃었다. 하지만 이어진 단체전 결승에선 이상수, 조대성 등 에이스들이 총출동한 삼성생명에 1대3으로 석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경기 후 오준성은 "단체전에서 개인전만큼 해내지 못해 아쉽다"면서 "하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전 우승에 대해 "최근 국제대회 일정 때문에 국내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오랜만의 국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좋고, 그 상대가 규현이 형이었던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기긴 했지만 규현이 형은 늘 어려운 상대다.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간다. 앞으로도 같이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2028년 LA올림픽엔 함께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눈을 반짝였다. 오준성은 장우진, 임종훈에 이어 파리올림픽 남은 한 장의 출전권을 목표로 조대성, 이상수(이상 삼성생명)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도전에 나선다.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총감독은 대한민국 탁구의 미래, 10대 제자들의 동반 성장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둘이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인 건 확실하다. 굳이 경쟁의식을 숨기지 않지만 파트너로서 기술적 교류도 많다. 단체전 정상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둘 다 앞으로도 동반 성장을 목표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은 17일 남녀 일반부와 대학부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남자일반부는 '전통의 명가' 삼성생명이 단체전 우승을 가져갔다. 삼성생명은 임유노-노지민조가 남자복식에서 우승하며 2관왕이 됐다.
여자일반부는 대한항공이 결승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3대1로 꺾고 우승했다. 단식 결승에선 '포스코 에이스' 양하은이 '대한항공 에이스' 이은혜를 3대1(11-8, 13-11, 9-11, 12-10)로 꺾고 우승했다. 양하은은 유한나와 함께한 복식에서도 우승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남녀 대학부는 단체전에선 경기대와 인천대가, 남녀단식에선 윤창민(경기대)과 김민서(용인대)가 각각 우승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