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산전수전 다 겪은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시즌 사상 첫 맨시티의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선물했다. 올 시즌은 '더블(리그, FA컵)'을 노리고 있다. 15일(이하 한국시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의 길목이었다.
그 문을 넘었다. 맨시티는 이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3~2024시즌 EPL 34라운드 순연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과르디올라 감독의 '사타구니 기행'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긴장된 나머지 후반전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사타구니를 문지르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팬들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해당 영상이 SNS을 통해 공유되면서 실시간으로 글들이 올라왔다. 요아힘 뢰브 전 독일대표팀 감독을 연상케한다는 글도 있었다.
뢰브 감독은 경기 중 민망한 행동으로 수차례 도마에 올랐다. 팬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행동에 '눈물이 난다', '너무 흥분했다', '요아힘 뢰브의 행동이다' 등의 글을 토해냈다.
그리고 곧 골이 터지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긴장감이 누그러졌다. 엘링 홀란이 후반 6분 케빈 더 브라위너의 크로스를 선제골로 연결했다. 홀란은 후반 추가시간인 46분에는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맨시티는 승점 88점을 기록, 선두를 탈환했다. 승점 86점의 아스널은 2위로 떨어졌다. 두 팀의 승점 차는 2점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한 경기 뿐이다. 맨시티는 20일 0시 웨스트햄, 아스널은 같은 시각 에버턴을 각각 홈으로 불러들인다. 맨시티가 승리하면 자력 우승이 확정된다.
맨시티가 정상에 서면 잉글랜드 1부 리그 사상 최초로 4연패를 달성한다. 1992년 출범한 EPL은 물론 그 전에도 4연패를 이룬 팀은 없었다.
가슴 철렁하는 순간도 있었다. 후반 41분이었다. 브레넌 존슨이 따낸 볼은 쇄도하던 손흥민의 발에 걸렸다. 폭풍 드리블을 시작한 손흥민은 맨시티 '백업' 골키퍼인 슈테판 오르테가와 1대1 찬스를 맞았다.
그 순간 과르디올라 감독은 실점을 직감했다. 손흥민은 웬만해선 이런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머리를 감싸쥐면서 뒤로 쓰러졌다.
그러나 맨시티에 '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볼은 오르테가의 오른발에 걸렸다. 기사회생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일어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7~8년 동안 손흥민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아는가. 손흥민이 해리 케인과 함께 우리에게 몇 골을 넣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한 후 "오르테가가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아스널이 챔피언이 될 운명이었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우리가 우승한다"고 환호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