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4번의 끝내기 찬스를 날린 것보다, 더 아쉬운 건 뭐였을까.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이 12회 무승부 경기를 돌이켰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5대5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발 류현진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무려 110개의 공을 던졌다. 1번으로 출격한 김태연은 5회 역전 스리런을 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한화는 9회부터 12회까지 4번 연속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특히 9회부터 11회까지는 연속으로 선두 타자가 출루했다. 12회는 2사 1, 2루 찬스가 4번 노시환에게 걸렸지만, 노시환이 김재열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이 꼽은 아쉬운 장면은 7회였다. 15일 NC전을 앞두고 만난 최 감독은 "감독은 매번 선택을 해야 하는데, 지나고 나면 아쉽고 그런 게 많다"며 안타깝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왜 7회를 언급했을까. 류현진이 내려간, 3-2로 앞서던 7회초. 최 감독은 1번 필승조로 김규연을 올렸다. 김규연은 서호철, 박건우를 손쉽게 처리했는데 4번 데이비슨을 사구로 출루시키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권희동과 김성욱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최 감독은 여기서 이민우를 투입했는데, 이민우가 김형준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최 감독이 말한 승부처였다.
뭐가 아쉬웠을까. 최 감독은 "원래 7회 이민우와 김규연을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를 먼저 내보내야 하나 하다, 이민우가 박건우에게 약한 게 계속 걸리더라. 그래서 김규연을 먼저 투입한 것이다. 지나고 나니 그래도 이민우를 먼저 투입시키면 어땠을까, 김규연이 볼넷을 1개 내줬을 때 바꿨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김규연을 그냥 계속 놔뒀으면 어땠을까 이 생각이 계속 났다"고 말했다.
김규연이 만루까지 만드는 데 바꾸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최 감독은 "사구는 포크볼이 빠진 것이었다. 볼넷도 가망 없는 볼질의 내용이 아니라, 살짝살짝 아쉽게 볼이 된 경우다. 만약 안타를 맞고 주자를 내보냈다면 이민우로 바꾸지 않고 끌고 갔을 것이다. 그래도 연속 볼넷이 투수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그 장면에서 이민우를 투입했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최 감독은 타자들이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물론 아쉽지만 방망이는 잘 맞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중심타자들에 찬스가 걸렸는데, 거기서 감독이 뭘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잘 치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장면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희생번트를 대느냐, 강공으로 가느냐 정도다. 주자가 3루까지 갔다면 스퀴즈 등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최 감독은 매 이닝 주자를 다 득점권까지 보내는 선택을 했다. 선수들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대타 타이밍 등을 아쉽게 보는 시각은 있을 수도 있다.
최 감독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직접 선수들에게 커피를 돌렸다. "자주는 못 산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고생한 선수들에게 더 힘을 내달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