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류현진의 시즌 3번째 승리가 날아갔다. 12회 헛물만 켜고 한화, NC 힘만 뺀 허무한 결말이었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가 주중 스타트를 우울하게 끊었다. 한화와 NC는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을 벌였지만 5대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화는 최근 팀 성적이 급격하게 추락했지만, 지난 주말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이날 경기 승리하면 지난 3월31일 파죽의 7연승 후 멈췄던 연승을 오랜만에 재개할 수 있었다. NC도 주말 삼성 라이온즈에 2연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반등이 필요했다. 시즌 첫 3연패는 안된다는 각오였다.
한화 성적과 관계 없이 팬들은 뜨거웠다. 평일 경기임에도 1만2000 관중석이 꽉 들어찼다. 홈 21경기 중 20경기 매진. 다음날이 부처님오신날 휴일이기도 했지만, 이날 선발이 류현진인 영향도 컸다.
류현진의 시즌 9번째 선발 등판, 3승 도전. NC 다이노스 좌완 에이스 카스타노와의 맞대결이었다.
두 선수의 무게감에 걸맞게 경기는 투수전으로 흘렀다. 4회까지 어떤 팀도 점수를 뽑지 못했다. 류현진은 투구수는 조금 많았지만, 특유의 완급 조절과 변화구 결정구로 NC 타자들을 요리했다. 카스타노 역시 안정된 제구를 앞세워 무실점 피칭을 이었다.
경기가 요동치기 시작한 건 5회. 선취점은 NC가 만들었다. NC 강인권 감독은 경기 전 류현진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며, 선취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서호철이 그 기대에 부응을 해줬다. 서호철은 1사 2루 상황서 앞 타자 손아섭이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나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류현진을 상대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정타는 아니었지만, 크게 튀며 류현진의 키를 넘어간 타구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하지만 한화도 만원 홈관중 앞에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5회 그림같은 홈런이 터졌다. 이도윤과 김강민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천금의 무사 1, 3루 찬스. 하지만 황영묵의 소득 없는 내야땅볼과 최인호의 삼진으로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 때, 김태연이 구세주로 등장했다. 김태연은 호투하던 카스타노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1B 상황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카스타노가 던진 투심패스트볼이 실투성으로 몰렸고, 김태연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태연의 홈런이 터지자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엄청난 환호성에 휩싸였다.
류현진도 후배의 지원사격에 힘을 냈다. 6회 또 마운드에 올라 김형준에게 1타점 안타를 맞았지만, 어이진 2사 1, 3루 위기서 손아섭에게 이날 경기 3번째 삼진 아픔을 남기며 이닝을 끝냈다. 6이닝 2실점,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류현진이 내려가고 불펜 싸움이 되자 한화가 흔들렸다. 7회를 막기 위해 김규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2개를 내야 땅볼로 손쉽게 잡더니, 데이비슨을 사구로 내보내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권희동, 김성욱 연속 볼넷. 한화 벤치도 이민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바뀐 투수 이민우가 김형준에게 역전 3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타구가 펜스까지 멀리 가기도 했는데, 좌익수 최인호가 타이밍을 조금만 잘 맞췄다면 포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이 보여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화에 절대 포기란 없었다. 위기 뒤 기회라 했는가. 8회초 1사 1, 3루 위기서 박건우를 병살로 처리하자 한화에도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8회 안치홍이 NC 필승조 류진욱을 상대로 추격의 솔로포를 때려냈다. 여기에 페라자의 2루타에 이어 노시환의 동점 2루타까지 터졌다. NC는 1점을 지키기 위해 마무리 이용찬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용찬이 1B2S 상황서 통한의 실투로 노시환에게 결정적인 안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양팀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두 팀 모두 끝낼 수 있는 찬스를 계속해서 잡았다. 특히 한화가 너무나 아쉬웠다. 9회부터 11회까지 3이닝 연속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NC는 12회초 1사 만루 천금의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믿었던 손아섭이 1루 땅볼을 쳤고, 홈에서 3루주자가 아웃되며 찬물이 끼얹어졌다. 한화는 12회말에도 1사 후 김태연이 살아나갔지만, 마지막까지 득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4번타자 노시환이 2사 1, 2루 찬스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자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는 깊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양팀 모두 시즌 첫 무승부였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8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 호투를 펼쳤지만 승리는 무산됐다. 직구 최고구속은 149km를 찍었고, 총 110개의 공을 뿌렸다. KBO리그 복귀 후 올시즌 최다 투구수.
4승 도전에 실패한 카스타노는 7이닝 6안타(1홈런) 무4사구 5삼진 3실점 피칭을 했다. 홈런이 옥에티였지만, 7이닝 투구수 95개에 그치는 효율적 피칭을 보여줬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