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일단은 다행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수술까지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회초 수비를 하다 펜스에 어깨를 부딪혀 다쳤다.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우중간 2루타를 잡으려고 전력질주해 펜스 앞에서 점프한 이정후는 글러브를 뻗은 뒤 공을 놓치는 순간 그대로 펜스에 부딪혔다. 왼쪽 어깨를 감싸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이정후는 결국 그대로 경기에서 교체됐다.
어깨 탈구(dislocation) 진단을 들은 이정후는 14일 MRI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밥 멜빈 감독에 따르면 수술은 필요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멜빈 감독은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서는 수술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이정후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렸다. 그러나 열흘 뒤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뿐이지 상태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현지 유력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날 이정후의 IL 등재 소식을 전하며 '이정후는 어깨를 감싸쥔 채 경기장을 떠나 오늘 MRI 검진을 받았다. 검사를 진행한 켄 아키주키 박사로부터 어느 정도 심각한 부상인지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자이언츠 구단은 꽤 오랜 기간(an extended amount of time) 이정후가 없는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 주 또는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후는 KBO 시절인 2018년 6월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루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정확히 한 달간 재활에 몰두했다. 6년 만에 같은 부위에 같은 부상을 입어 재활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팀을 위한 자세가 매우 돋보인다. 팀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가 뛰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지금 매우 실망하고 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1회 공을 잡기 위해 그처럼 전력을 기울이다 보면 상당한 위험이 도사릴 수 있다. 우리 주전 중견수가 지금 갑작스럽게 사라지게 됐다. 현재로서는 그도 실망감이 클 것이다. 팀을 위해 경기에 나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빈 감독의 걱정은 이정후가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 다쳤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멜빈 감독은 전날 경기 후에는 "이정후는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바람에 공이 더 날아갈 수도 있고 덜 날아갈 수도 있는 걸 알지 못한 것 같다. 펜스에 부딪힌 뒤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 대신 중견수에 루이스 마토스를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토스는 지난 13일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10일짜리 IL에 오를 때 트리플A에서 콜업됐다. 타일러 피츠제랄드와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도 중견수를 볼 수 있다고 멜빈 감독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이정후와 콘포토,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 유격수 닉 아메드, 포수 톰 머피, 투수 블레이크 스넬 등 주력 선수들이 대거 IL에 올랐다. 뇌진탕 증세로 1주일을 쉬었던 주전 포수 패트릭 베일리도 최근 감기 증세로 이틀 연속 휴식을 취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LA 다저스와의 홈 3연전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끝에 4대6으로 패했다. 19승24패를 마크한 샌프란시스코는 지구 선두 다저스와의 승차가 9경기로 벌어졌다. 이날 8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한 마토스는 2회말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