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구슬이 나왔고, 대한항공 점보스는 환호했다. 엄청난 행운으로 거물을 품었다.
대한항공이 1순위로 득점왕 출신 요스바니를 지명했다. 11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홀리데이 인 앤드 스위트 두바이 사이언스 파크에서 열린 2024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행운의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삼성화재와 재계약이 불발된 아웃사이드 히터 요스바니를 지명했다. 요스바니는 2020~2021시즌 비예나의 대체 선수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다.
모두가 놀란 결과였다. 지난 시즌 역순으로 7위 KB손해보험(35개), 6위 삼성화재(30개), 5위 한국전력(25개), 4위 현대캐피탈(20개), 3위 우리카드(15개), 2위 OK금융그룹(10개), 1위 대한항공(5개)이 구슬이 나눠 넣고 추첨이 시작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140개의 공 중 단 5개만 들어있던 대한항공의 주황색 공이 가장 먼저 추첨기에서 빠져나왔다. 3.57%의 기적이 현실이 된 순간. 대한항공 테이블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2순위에서도 이변은 이어졌다. 20개가 들어있던 현대캐피탈의 하늘색 구슬이 나왔다. 이어 KB손해보험→한국전력→우리카드→삼성화재→OK금융그룹 순으로 지명 순서가 결정됐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이틀간의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 물색에 나섰던 각 구단의 최종 선택이 시작됐다.
'기적'을 품은 대한항공은 요스바니의 이름을 먼저 불렀다. 삼성화재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요스바니의 기량은 최고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1000득점(1068점)을 넘기는 화력을 보여줬다. 공격성공률 50.90%를 자랑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3시즌 째 동행을 함께 했던 링컨이 시즌 중반 허리 통증으로 빠졌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무라드를 영입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외국인 교체 결단을 내렸고, 러시아 국가대표팀 출신 막심을 영입했다.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1위를 확정 짓지 못했던 대한항공은 2위 우리카드가 시즌 최종전에서 패배해 우여곡절 끝에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 달성까지 달성했다.
요스바니는 공격력 만큼은 확실히 검증된 자원. 대한항공은 외국인 화력 고민 없이 통합 5연패를 조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대한항공 못지 않은 행운을 누린 현대캐피탈은 MVP 레오를 지명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를 받은 레오는 요스바니에 이어 득점 2위(955점)에 올랐다. 공격성공률도 임동혁에 이어 2위(54.54%)였다.
일본대표팀 지휘로 인해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필립 블랑 감독 대신 단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의 파비오 스토르티 코치가 레오의 이름을 불렀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허수봉-레오로 이어지는 가공할 만한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비예나와 일찌감치 동행을 택한 KB손해보험을 지나 4순위 지명권이 있는 한국전력은 루잇 엘리안 에스트라다(24)를 선택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가 모두 가능한 루이스는 '제2의 레오'를 꿈꾸는 2000년생 쿠바 신성이다. 타점 높은 공격이 장점이라는 평가다.
우리카드는 아포짓 스파이커 마이클 아히(25)를 영입했다. 1m96으로 신장은 타 선수에 비해 다소 아쉽지만, 탄력 있는 점프와 에너지 넘치는 스파이크가 주목 받았다. 테스트에 임하는 적극적인 자세에도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행운'이었다면, 삼성화재는 '불운'과 '악몽'이었다. 삼성화재는 KB손해보험이 일찌감치 비예나와 재계약을 하면서 1순위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추첨 결과 6순위까지 밀렸고, 장고 끝에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활약하다 부상으로 중도 이탈한 마테이 콕(27)을 지명했다.
마지막 선택지를 쥔 OK금융그룹은 아포짓 스파이커 마누엘 루코니(25)를 선택했다.
이번 드래프트 대상자는 총 40명이었다. 막심, 아르템은 재취업에 실패했으며, 또 다른 'V-리그 경력직' 카일 러셀, 로날드 히메네즈, 토마스 에드가 등은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신규 선수는 연봉 40만달러(약 5억원), 재계약 선수는 55만달러(약 7억원)를 받게 된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