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박석민이 떠나간 날, 삼성의 새 3루수는 나라는 걸 제대로 각인시킨 영웅.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의 기세가 대단하다. 김영웅은 1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7회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정말 살떨리는 순간이었는데, 4번 자리에서도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NC 강속구 불펜 한재승의 148km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볼카운트 2B이고 만루였다. 3B에 몰리면 투수가 크게 긴장할 수 있어 공을 1개 기다릴 타이밍이었는데, 김영웅은 거침이 없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올시즌 삼성 야구에서 원태인과 함께 가장 뜨거운 스타다. 키 1m83, 체중 81kg으로 프로 선수로 그렇게 '거포형' 체격은 아니다. 그런데 방망이 돌아가는 게 예사롭지 않다. 헤드 무게를 잘 이용해 배트를 엄청난 스피드로 돌리는데, 맞았다 하면 타구에 힘이 쭉쭉 실린다. 말그대로 '때릴 줄 아는' 유형의 선수다. 현장 다른 팀 지도자들도 "삼성에 물건이 나타났다"며 그의 자질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전형적인 풀스윙 히터라 삼진이 많다. 삼진 49개로 리그 전체 3등. 하지만 홈런을 벌써 9개를 쳤으니, 삼진을 당해도 예뻐 보인다.
박진만 감독은 이런 김영웅의 클러치 능력을 눈여겨보고, 지난 9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그를 4번타자로 기용중이다. 생애 첫 4번으로 나간 날, 홈런 포함 3안타를 몰아쳤다. 11일 NC전도 결정적 적시타를 때려내 박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공교롭게도 11일 경기는 KBO리그 3루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박석민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NC에서 은퇴를 하게 됐지만, 박석민은 대구가 낳은 삼성의 스타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은퇴식도 삼성전에 맞춰 열렸다. 삼성 선수들도 유니폼에 박석민 유니폼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임하는 등 예우를 했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과 준수한 3루 수비로 스타 대접을 받았었다. 김한수(현 두산 베어스 코치)의 대를 잇는, 삼성의 3루 계보를 책임진 선수였다. 박석민이 전성기를 보낼 때 삼성은 전에 없는 '왕조의 시대'를 보냈다. 그 박석민이 보는 앞에서 '앞으로 삼성의 3루는 제가 새롭게 책임지겠습니다'를 선언하는 것 같았다. 은퇴식이 열리는 날, 아무래도 홈 NC가 승리하며 행사가 열리는 게 최선인데 김영웅이 거기에 비수를 꽂아버렸다.
타격만 얘기했는데, 김영웅의 3루 수비도 나쁘지 않다.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를 했다. 프로에 와 3루로 전향했다. 어깨가 강하고, 유격수를 했던만큼 수비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어 큰 문제를 노출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