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스포츠 경륜도 마찬가지인데, 경륜은 선발, 우수, 특선으로 등급이 나누어져 있고, 선수들은 한 단계 높은 등급을 위해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한다.
경륜 선수가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방법은 두 가지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실시되는 등급 조정을 통해 상위 등급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과 3회차 연속 1위 또는 2위를 거두어 특별 승급을 하는 것이다.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등급 조정보다는 빨리 한 단계 위로 도약할 수 있는 특별승급을 하길 모두 바라지만, 바늘구멍과 같은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하기에 이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특별승급 선수들의 돋보이는 활약
올해 광명 17회차까지 특별 승급에 성공한 선수는 총 7명이다. 전년 이맘때 14명이 특별승급한 것과 비교한다면 절반으로 줄었다. 선발급에서 5명, 우수급에서 2명이 상위 등급으로 진출했는데,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6명이 28기 신인들이라는 점이다.
예전 상위 등급으로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상은 극히 적었다. 한 단계 도약은 했으나 낮은 득점으로 인해 자리 잡기에 어려움이 있어, 본인의 본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전한 기량 차를 경험하며 곧바로 다시 강급 위기로 몰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올해 특별승급에 성공한 선수들의 활약상은 유독 눈에 띈다. 선발급에서 우수급으로 진출한 박건이(28기, 창원 상남)와 김준철(28기, 청주)이 대표적이다. 박건이는 빠르게 특별승급에 성공한 이후, 그 여세를 몰아 우수급에서도 연속 입상에 성공하며 17연속 입상 행진이란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꿈의 무대인 특선급 진출이 걸렸던 광명 13회차 결승전에서는 5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김준철 역시 17연속 입상 행진을 달렸는데, 박건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결승전이 아닌 일반 경주에서 내선에 갇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김준철은 지난 4월 28일 스포츠조선배 대상 경륜 우수급 결승전에 진출해 3위를 차지하며 향후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특별승급에 성공한 유연우(28기, 가평), 성용환(28기, 금정), 김태율(28기, 창원 상남) 등도 강한 체력과 젊은 패기로 선배들에게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한편 우수에서 특선으로 특별승급한 경륜훈련원 28기 수석 졸업생 손제용(수성)은 임채빈 다음으로 완벽한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첫 출전과 동시에 우수급에서 깔끔하게 9연승을 달리며 특선으로 올라선 이후,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항상 입상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선으로 특별승급에 성공한 선수가 승률 25%를 기록한다는 것은 역대 기록을 살펴봐도 찾기 어려운 놀라운 성적이다.올해 28기 외에 유일하게 특별승급에 성공한 정태양(23기, 세종)도 우수급으로 강등 후 딱 한 차례 5위를 한 것이 옥에 티일 뿐 빠르게 재도약에 성공했다. '자력 승부의 명가' 세종팀에 속한 정태양이기에 과거 그가 자랑했던 선행력과 더불어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며 특선 급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강급 선수는 왕이다.' 달라진 득점 체계로 이제는 옛말
승급한 선수와 달리 강급한 선수들의 지위는 예전만 못하다. 강급한 선수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비록 상위 등급에서 활약은 저조했지만, 강급 후에는 차원 높은 기량을 선보이며 소위 '왕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강급한 선수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 원인을 전문가들은 득점 체계의 변화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강급한 선수는 높은 득점을 가지고 한 단계 아래 등급이 되었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바뀐 득점 체계로 B2 혹은 A2 등급으로 강급되는 경우가 많아져 기존에 득점이 높은 선수들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강급된 선수더라도 예전처럼 편하게 선행형 선수의 뒤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자력 승부와 경기 운영 능력이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경륜 승부사 이근우 수석은 "현재 특별승급에 성공한 선수들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따라서 하위등급에서 올라왔다고 해서 무시하기보다는, 주목할 만한 선수로 여겨야 한다"면서 "이에 반해 강급한 선수라고 해서 당연히 아래 등급에서 성적이 좋을 것이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