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리가 알던 토종에이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호투를 이어갔다. 원태인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 98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투구였다.
1회를 삼자 범퇴 처리한 원태인은 2회 선두 타자 최형우에 유격수 오른쪽 내야 안타를 내줬으나 세 타자를 차례로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3회초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2사 후 박찬호 김도영 나성범에 잇달아 볼넷을 허용하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원태인은 최형우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기어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원태인은 4회와 5회를 각각 삼자 범퇴로 막으면서 안정을 찾아다. 6회에도 선두 타자 김도영에 우전 안타를 내줬으나, 이후 세 타자를 차분하게 처리하면서 결국 QS 투구를 완성했다. 3루측 삼성 응원석에선 "원태인" 구호가 크게 울려퍼졌다.
6회까지 98개의 공을 던진 원태인. 한계 투구수에 도달한 가운데 이젠 벤치에서 타선 득점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통했을까. 삼성 타선은 1사후 김지찬의 우선상 2루타 후 류지혁이 KIA 1루수 이우성의 실책으로 출루했고, 그 사이 김지찬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으면서 기어이 득점에 성공했다. '노디시전'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원태인의 노력이 '승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7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이재현이 KIA 세 번째 투수 장현식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추가점까지 얻었다.
원태인은 앞선 7차례 등판 중 4번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로 장식했다. 지난달 20일 한화전(6이닝 2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이후 KIA전까지 4연속 QS 투구를 펼쳤다. 데뷔 3년차였던 2021시즌 14승 이후 지난 시즌까지 완만한 하락세였던 모습과는 딴판. 삼성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이 지난 시즌 대표팀을 오가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새 투수 코치가 그 점을 파악해 최대한 휴식을 부여했고, 선수 스스로도 잘 준비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흔들림 없는 투구로 임무를 완수한 에이스, 승리는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그러나 믿었던 불펜이 흔들렸다. 8회초 김재윤이 KIA 최형우에 추격포를 맞았다. 박 감독은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9회초 '수호신'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오승환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원태인의 승리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