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9년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난 선수 면면을 보면, 이번 '챔결' 진출은 놀라울 따름이다.
도르트문트는 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PSG)과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5분 마츠 훔멜스의 선제결승골로 1-0 승리하며, 합산스코어 2-0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도르트문트가 '챔스' 결승에 오른 건 2012~2013시즌 이후 11년만이다. 9일 펼쳐지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 준결승 2차전 승자와 6월 2일 웸블리에서 빅이어를 다툰다.
마지막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고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도르트문트 스쿼드의 면면도 바뀌어갔다. 2014년, 당시 주포였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현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2016년 윌카이 귄도간(바르셀로나)과 헨리크 므키타리안(인터밀란), 2018년 피에르 오바메양(마르세유)과 우스만 뎀벨레(파리 생제르맹), 크리스티안 풀리시치(AC밀란), 2021년 제이든 산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22년 엘링 홀란과 마누엘 아칸지(이상 맨체스터 시티) 2023년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등 핵심 자원들이 빅클럽의 러브콜에 하나둘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떠났다.
매 시즌 주축 자원들의 이탈에 팀이 흔들릴 뻔도 했지만, 도르트문트는 꿋꿋이 버텼다. 지난 분데스리가 5시즌 중 준우승 4번, 3위 1번을 차지했다. 지난 2022~2023시즌엔 최종전에서 뮌헨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앞두고 도르트문트의 우승 확률은 5.74%에 불과했다. 8강 진출팀 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4.22%) 다음으로 낮았다. '언더독'에 가까웠다. 각각 8강과 4강에서 도르트문트를 만난 아틀레티코와 PSG는 맨시티, 레알마드리드와 같은 우승후보를 피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터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결코 얕잡아볼 수 없는 팀이었다. 8강에서 합산스코어 5-4로 아틀레티코를 물리친 도르트문트는 준결승에서 우승후보 PSG마저 잡아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2차전에선 상대에게 31개의 슈팅을 내주고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 2차전 합계 6번 골대를 맞는 행운이 따랐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본 미로슬라프 클로제, 리오 퍼디낸드와 같은 선수 출신들은 한 목소리로 "도르트문트가 높은 레벨을 선보였다"라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어울리는 경기를 펼쳤다고 분석했다.
도르트문트는 1996~1997시즌 뮌헨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칼-하인츠 리들과 라스 리켄의 연속골로 3-1로 승리하며 유일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유벤투스는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끌고 지네딘 지단, 크리스티안 비에리, 디디에 데샹, 치로 페라라,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활약한 당대 최고의 팀이었다. 에딘 테르지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11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도르트문트가 뮌헨에 패해 우승에 실패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팬'이었다. 도르트문트가 마지막 우승할 때 5살이었던 테르지치 감독과 11년 전 직접 아픔을 겪은 마르코 로이스와 마츠 훔멜스는 27년만의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