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처음 보는 버석한 장기용도 매력 넘쳤다.
장기용은 지난 4일 첫 방송한 JTBC 새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주화미 극본, 조현탁 연출)에서 파격적인 비주얼과 음울한 분위기로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울증에 걸려 타임슬립 능력을 잃어버린 시간 여행가 복귀주 역을 맡은 장기용은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술에 찌든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다. 장기용은 아내와 사별한 아픈 사연을 가진 귀주를 생기 하나 없는 눈빛과 귀찮은 듯한 말투, 힘없이 축 처진 움직임으로 그려 그의 안타까운 서사에 힘을 더했다.
귀주는 엄마 만흠(고두심)과 날이 선 대화를 이어갔고, 아빠 순구(오만석)에게는 싸늘한 눈빛을, 누나 동희(수현)에게는 상처가 될 말을 계속해서 뱉어냈다. 또, 만흠의 초대로 집에 왔지만 본인에게는 불청객인 다해(천우희)에게도 까칠한 태도와 무례함으로 일관해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귀주는 딸 이나(박소이) 앞에서는 미안한 마음 탓인지 소극적이었다. 이나 방 앞에서 문 두드리는 것도 주저하고 말 한마디 쉽게 건네지 못한 것. 하지만 이나의 미소에는 자연스레 같이 미소를 짓고, 술에 취해서도 이나 이야기엔 번쩍 정신이 들어 뛰어가기도 했다. 장기용은 딸을 생각하면 유일하게 생기가 돌고,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귀주와 이나 부녀를 응원하게 했다.
줄곧 무기력하고 무표정이었던 장기용은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이제 막 태어난 이나를 처음 품에 안고 바라볼 때의 환한 웃음은 현재의 귀주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자신이 잠시 과거로 돌아갔다 온 사이 일어난 교통사고 탓 사망한 아내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장면에서는 얼굴에 경련이 일 정도로 극도의 공포감을 표현해 내 3년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울한 감정에 휩싸인 귀주의 이야기가 이어져 로맨스를 상상할 수 없는 가운데, 5일 방송된 2회에서는 다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귀주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기용은 초경을 겪은 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본인 대신 이나를 챙기는 다해를 바라보는 눈빛에 감동, 고마움,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처음으로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한 발 가까워진 모습도 보였다. 과거로 돌아가도 사람과는 닿을 수 없었던 귀주가 유일하게 다해와는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기용이 앞으로 그릴 밝은 귀주의 모습과 다해와의 로맨스에 기대감이 높아진다.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