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V-리그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이 뽑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3순위인 KB손해보험이 호주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인 맥스 스페이플즈의 이름을 불렀고, 모두가 놀랐다. 연습 경기 때 이름이 많이 나온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겔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 쪽으로 봤고 팀에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반적으로 다 잘하는 선수를 찾았다"면서 "다른 구단에 뽑힌 선수들이 우리 리스트에 있긴 했는데 스테이플즈가 1순위였다"라고 했다. 미겔 감독이 꼽은 스테이플즈의 장점은 기복이 없다는 점. "처음에 4∼5명의 선수를 보고 있었고,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스테이플즈를 1순위로 선택했다"는 미겔 감독은 "사흘간 스테이플즈는 기복이 없었다. V-리그는 36경기를 해야하는 굉장히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리그다. 경기에 따라 기복이 있는 것보다는 꾸준한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스테이플즈는 "나는 한국리그에 안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예상외의 말을 했다. 스테이플즈는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 모두 체격이 좋고 근육이 많은 파워있는 선수들이다"라며 "하지만 나는 체격이 크지 않고 근육도 그 정도로 많지는 않다. 내 친구중에 대한항공에서 뛴 링컨도 근육이 많고 체격도 좋은 스타일이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에서만 12년을 뛴 많은 경험이 그의 재산이라고. 스테이플즈는 "나는 안정성이 있는 선수다. 리시브나 블로킹이나 서브 등이 안정적이다. 공격도 영리하게 할 줄 안다"면서 "특히 팀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다"라고 했다.
스테이플즈는 뜬금없이 "이제 서른 살이 됐다. 나이가 많다. 그래서 머리도 빠진다"라며 모자를 벗어 앞쪽에 숱이 빠진 머리를 가리키기도. 단숨에 인터뷰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의 성격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쾌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스테이플즈는 "링컨이 대한항공에서 우승을 두번한 반지를 껴보기도 했다"면서 스마트 폰에 있는 우승 반지를 낀 사진을 보여주더니 "나와 국가대표 때 함께 방을 썼던 친구가 한국에서 뛰었고 이제 내가 가서 뛰게 됐다. 이런 우연이 놀랍다"라고 했다.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링컨이 두번 우승했으니 나도 두번은 해야하지 않을까." 제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