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순위를 뽑은 페퍼저축은행부터 7순위의 GS칼텍스까지 모두 "원했던 선수를 뽑았다"라고 했다.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1일 제주 썬호텔에서 열린 2024 KOVO 아시아쿼터 여자부 드래프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페퍼저축은행이 1순위로 1m97의 미들 블로커 장위를 뽑은 것을 시작으로 2순위 IBK기업은행이 세터 천신통(1m77)을 선택했고, 3순위 한국도로공사는 아웃사이드히터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1m89)를 지명했다. 흥국생명이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1m96)를 뽑았고, 마지막 순위 GS칼텍스는 아웃사이드 히터 스테파니 와일러(1m95)를 선택했다. 현대건설은 위파위, 정관장은 메가와 재계약을 했다.
모두가 원했던 포지션의 원했던 선수를 선택했다고 자평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먼저 드래프트를 하는 페퍼저축은행과 도로공사, 기업은행은 제주에 내려올 때 원하는 포지션이 달랐다. 페퍼저축은행은 미들블로커, 도로공사는 아웃사이드 히터, 기업은행은 세터였다. 그런데 현장에서 선수를 직접 보면서 1픽이 모두 장위 1명으로 통일됐다. 장위가 압도적인 피지컬에 출중한 능력을 보이자 모두가 마음이 바뀐 것.
어느 팀 구슬이 먼저 나오느냐에 따라 드래프트의 향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 구슬이 페퍼저축은행의 검정색이 나오며 장소연 감독은 기쁜 마음으로 원했던 장위를 지명했다. 2순위가 된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세터인 천신통을 불렀다. 김 감독은 "의견이 분분했다. 세터를 다시 뽑느냐 공격수를 뽑느냐 의견이 다양했고, 종합한 결과는 세터였다"라고 지명 비하인드를 밝혔다.
도로공사는 계획대로 아웃사이드 히터를 뽑을 차례. 현장에서는 바티스타와 와일러가 눈에 띄었다. 바티스타는 힘있는 강타가 보였고, 와일러는 큰 키가 위력적이었다. 김종민 감독은 "1순위면 장위를 뽑고, 뒤로 밀리면 바티스타를 선택하려고 했다"면서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점과 파워가 있다는 점에서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후순위 지명에선 흥국생명, 현대건설, 정관장, GS칼텍스 순으로 구슬이 나왔다.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선택이 가장 의외였다는 평가다. 바로 미들블로커를 뽑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해도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세터 중에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황루이레이의 높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와일러를 고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리스트에 있긴 했다"면서도 "우리팀엔 최은지도 영입했고, 김미연도 있고 김다은도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를 위해 미들블로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앞선 흥국생명이 예상외로 황루이레이를 뽑은 덕에 마지막이었던 GS칼텍스는 원했던 아웃사이드 히터인 와일러를 지명할 수 있었다. 이영택 감독은 "처음엔 눈앞이 깜깜했다"며 7순위 지명으로 밀렸을 때의 심경을 말한 뒤 와일러에 대해 "저 정도 신장의 아웃사이드 히터를 찾기 쉽지 않다. 신장이 커서 블로킹이 인상적이었고 리시브도 나쁘지 않았다"라며 "체형은 말랐는데 근육량이 적은 것은 아니었고 움직임이 굼뜨지도 않았다. 영상으로 볼 때부터 점찍었던 선수였다. 운이 좋았다"라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만약 1순위가 페퍼저축은행이 아니라 기업은행이나 도로공사였다면 꼬였을 가능성이 높다. 원했던 선수가 아닌 차선책을 택하는 팀이 이어졌을 것. 신기하게 구슬 순서가 각자가 원하는 선수를 뽑을 수 있게 했다.
아시아쿼터는 팀내 부족한 포지션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이제 6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팀의 운명을 좌우할 에이스 찾기에 나선다. 제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