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 데뷔 첫 7경기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그리고 또 7경기까진 1.35였다.
하지만 단 3경기를 더 치렀을 뿐인데, 이제 5.87이 됐다. 19세 루키 전미르의 얼굴에 그늘이 가득해졌다.
롯데 자이언츠는 1일 부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대6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5연패다. 시리즈 전까지 키움은 7연패를 기록중이었다. 3연패 중이던 롯데에게도 연패 탈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지만, 현실은 난감하다.
첫날은 선발 이인복이 무너졌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추격했지만, 베테랑 필승조 구승민이 내준 마지막 점수가 버거웠다.
둘째날은 '에이스' 박세웅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7회 등판한 전미르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0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가 뒤집혔고, 두번째 기회는 없었다.
전미르에게 필승조라는 짐은 아직 무거웠던 것 아닐까. 소속팀이 치른 31경기 중 17경기 등판이란 숫자도 만만치 않다. '소년 가장'이란 말이 더이상 농담이 아니다.
이제 겨우 5월의 시작이다. 신인들은 데뷔 첫해 5~6월에나 1군 맛을 보곤 한다. 투수의 경우 2군 선발 로테이션, 혹은 추격조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전미르는 개막 엔트리부터 이름을 올렸고, 빠르게 1군 필승조 역할을 맡았다.
물론 류현진처럼 데뷔 시즌에 MVP를 거머쥐는 선수도 있고, 오승환처럼 필승조와 마무리를 꿰차는 선수도 있다.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입 시기를 조절하는게 사령탑의 역량이다.
전미르가 다양한 구종을 가진 투수는 아니다. 직구에 힘이 있고, 배운지 1년 된 너클 커브의 생소함이 통했을 뿐이다. 프로의 벽에 부딪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영리하기보단 우직한 투수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취재진에게도 "지금 전미르를 이렇게 쓰면 안되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이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일단 전미르가 공이 좋으니 맡겨볼 뿐"이라며 여러차례 토로한 바 있다.
의욕 넘치는 현장 복귀, 공백에도 적지 않았던 계약 금액, 부산 어디를 가도 감독은 물론 코치, 선수들까지 알아보고, 평일에도 1만명을 넘길 만큼 뜨거운 야구 열기와 기대감. 지금 선수단에서 가장 속타는 사람은 바로 김태형 감독이다.
믿었던 선발진도 흔들린다. 박세웅이 최근 2경기 잘 던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반즈와 더불어 4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나균안-윌커슨은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다.
필승조는 붕괴 일보 직전이다. 마무리 김원중은 벌써 멀티이닝을 4차례나 소화했다. 그 앞은 최준용이 위태롭게 버틸 뿐이다. 4년 연속 20홀드, 롯데 최초 100홀드에 빛나는 '예비 FA' 구승민이 9경기 평균자책점 21.94라는 믿을 수 없는 부진을 보인 상황에서, 누구도 그를 대신하긴 쉽지 않다.
결국 그 무게를 대신 짊어진 전미르마저 무너지고 있다.
초반부터 득점 찬스를 잇따라 놓치며 선발 박세웅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래도 기어코 선취점을 뽑았고, 박세웅은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뒤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전미르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1점의 리드였다. 김재현 김휘집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동점이 됐다. 그리고 폭투, 볼넷, 적시타가 이어졌다.
시즌 전부터 김태형 감독은 좌완 불펜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역할을 방출 선수 임준섭이 그나마 맡고 있고, 이날은 실패했다. 임준섭은 1-2로 뒤진 무사 1,2루에 볼넷, 밀어내기 볼넷을 잇따라 허용한 뒤 교체됐다. 7회에만 순식간에 5점을 내줬다. 치명적이었다.
앞서 경북고 직속 선배이자 롯데의 에이스 계보인 박세웅은 전미르에게 "짐보다는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잘 부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짐이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이제 3경기 연속 실점, 평균자책점 5.87이 됐다. 누가 전미르를 탓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