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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형'을 고민에 빠뜨린 '킹훈'의 돌파옵션. 4차전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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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고기논쟁'이 있었다.

KCC 전창진 감독은 "허 웅과 허 훈에게 밥을 사 주는데, '착한 우리 웅이'는 (감독님이 걱정돼) 값싼 불고기를 먹고, '못된 훈이'는 비싼 등심을 마음껏 먹었다'고 했다. 또 '배스를 막는데 주력할 것이다. 허 훈은 막지 않는다. 50점을 넣어도 된다"고 했다.

1차전 KCC가 완승을 거뒀다. 2차전, 허 훈은 작정한 듯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22득점,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T의 101대97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전 감독은 "허 훈의 정신력이 대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3차전 경기 직전 전 감독은 '태도'를 바꿨다. 그는 "허 훈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지, 코트에서 활약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2쿼터까지 허 훈이 맹활약했지만, 우리가 앞섰고, 3, 4쿼터에서는 공격 욕심이 있기 때문에 배드 샷을 날렸다. 허 훈이 많이 뛰면 뛸 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여기에서, 전 감독의 '태도 변화'의 이유를 살펴보자. 전창진 감독은 유재학 전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프로 최고의 명장으로 꼽힌다.

올 시즌, KCC는 정규리그에서 여러가지 악재들이 겹쳤지만, 결국 단기전 승부처에서 KCC의 '슈퍼 로테이션'을 만들어내면서 팀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만들었다.

'고기 논쟁'과 '허 훈 막지 않는다, 50점 넣어도 된다'는 멘트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전 감독이 KT의 에이스 허 훈을 신경쓰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원주 DB 사령탑 시절 '치악산 호랑이'라는 별칭을 가졌지만, 그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장은 '곰의 탈을 쓴 여우'가 맞다. 호방한 외모와 달리, 매우 섬세하고, 심리전에 능한 감독이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예전 대표팀 선수 시절에 "유재학 감독의 전술과 전창진 감독의 밀당(팀 관리)를 합치면 정말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차전이 끝난 뒤 "허 훈이 정말 대단했다"는 말은 2차전 느슨했던 KCC 주력 선수들을 에둘러 자극하는 말이었다. 그는 3차전 경기 직전 "챔프전은 완전히 다른 무대다. 허 훈과 같은 정신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라고 했다. 단, 허 훈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근거도 있었다. 실제 2차전 3점슛 야투율 27.3%였고, 41.2%의 야투율이었다. '후반에 위력적이지 않았다. 배드샷이 많다. 많이 뛰면 우리 팀에 유리하다'고 말한 근거다. 허 훈의 경기력의 약점을 꼬집으면서, KCC 선수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려는 복합적 목적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허 훈은 예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는 3차전에도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2차전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경기를 지배했다.

양팀 통틀어 최고인 37점을 폭발시켰다. 야투율 57.1%,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0%였다. 자유투도 11개를 던져 9개를 성공시켰다.

한마디로 '킹훈 모드'를 발동했다. 2, 3차전 80분을 뛰면서 만들어 낸 퍼포먼스다. 계속 이런 모드라면, '슈퍼 로테이션'을 돌리는 KCC도 위험할 수 있다. 실제, 3차전에서 패리스 배스(20득점, 12리바운드. 야투율 38.1%)가 약간 부진했지만, 허 훈의 맹활약으로 KT가 잡을 뻔 했다. 한마디로 전창진 감독의 예상을 뛰어넘은 허 훈의 슈퍼 퍼포먼스였다.

경기가 끝난 뒤 전 감독은 허 훈의 맹활약을 완벽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4차전 대비를 즉각 고민했다. 그는 "3차전은 많은 분석이 필요한 경기다. 허 훈의 골밑 돌파 옵션이 핵심"이라고 했다.

허 훈은 3차전에서 3점슛과 돌파를 자유자재로 하면서 KCC 수비를 찢었다. 전 감독은 그 중 돌파에 포커스를 맞췄다. 즉, 3점슛은 KCC의 주특기인 왼쪽으로 몰면서 헷지를 섞으면 어느 정도 차단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돌파의 경우, 허 훈의 매치업 수비수가 뚫렸을 때, 좀 더 조직적 헬프 디펜스와 로테이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결국, 3차전 KT는 패했지만, 허 훈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전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 4차전, 허 훈의 골밑 돌파 옵션을 전 감독이 어떤 해법을 낼까. 4차전 핵심 포인트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