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홈런성 타구를 날리고도 드넓은 구장 탓에 아쉽게 잡히고 말았다.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멈춘 이정후는 타율이 0.259(108타수 28안타)로 떨어졌다. 현지 시각으로 4월 일정을 모두 마친 이정후는 2홈런, 7타점, 13득점, 2도루(3도루자), 10볼넷, 10삼진, 출루율 0.322, 장타율 0.343, OPS 0.665를 마크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데뷔 첫 한 달간 성적이지만, 높은 수준의 새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었음을 감안하면 팀의 리드오프로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낼 만하다.
이날 경기도 이정후에게는 매우 생소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인 보스턴과의 시즌 첫 경기인데다 우측 외야가 드넓은 구장은 압도적이었다. 펜웨이파크는 좌우 외야가 비대칭적인 구조다. 37피트 높이의 좌측 펜스는 일명 '그린 몬스터'로 유명하다. 게다가 우중간 펜스 거리가 380~420피트로 가운데 펜스(390피트)보다 멀어 좌타자들에 악명도 높다.
이정후가 하필 이곳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 펜스를 넘기지 못했다.
마지막 타석에서다. 0-4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초 선두타자로 들어간 이정후는 상대 우완 저스틴 슬레이튼의 6구째 90.6마일 몸쪽 커터를 끌어당겨 오른쪽으로 플라이를 날렸다. 발사각 34도, 타구속도 100마일로 날아간 타구는 쭉쭉 뻗어 펜스를 넘어갈 듯 보였지만, 너무 멀었다. 보스턴 우익수 윌리어 아브레우가 펜스 앞에서 여유있게 잡아냈다.
스탯캐스트는 이 타구의 비거리를 377피트(115m)로 측정하고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장 가운데 26곳에서는 홈런이 됐을 것으로 봤다. 즉 같은 방향으로 377피트를 날았다면 26개 구장에서는 펜스를 넘어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정후는 앞서 6회초 1사 1루 3번째 타석에서도 좌중간 방향으로 비거리 353피트(108m)짜리 플라이를 쳤다. 상대 좌완 브레넌 버나디노의 4구째 91.2마일 한가운데 싱커를 받아쳐 발사각 29도, 타구속도 96.1마일의 잘 맞힌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재렌 두란이 좌중간으로 달려가 캐치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타자들이 친 타구들 가운데 비거리 1,2위가 모두 이정후가 친 것들이었다. 데뷔 전 이정후의 파워에 의문을 표시했던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이정후는 지난 22일 오파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6회말 야구장 우측 밖 맥코비 만에 떨어지는 파울을 친 적이 있다. 파울폴을 살짝 빗겨 날아간 타구가 오라클파크 관중석과 도로를 넘어 바다에 떨어진 것이다. 당시 타구의 비거리는 383피트였다. 몇 피트만 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생애 첫 스플래시 히트가 될 타구였다.
이정후가 올해 터뜨린 인플레이 타구 중 최장 비거리는 지난 3월 31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8회에 친 406피트짜리 우중간 홈런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어 이날 9회 우익수 플라이가 두 번째로 멀리 날아간 타구였다. 지난 21일 애리조나전 1회 선두타자 홈런은 364피트를 날아갔다. 이정후가 올시즌 350피트 이상 날린 타구는 7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