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국 야구에서 밀려났던 마이크 터크먼(시카고 컵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신화로 거듭나고 있다.
터크먼은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컵스는 이날 메츠에 2대4로 패하면서 올시즌 18승12패로 밀워키 브루어스(18승11패)에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터크먼은 자신의 타율을 3할7리로 끌어올리며 1년 195만 달러(약 27억원)라는 몸값과는 다른 묵직한 활약을 이어갔다.
OPS(출루율+장타율)가 0.955에 달한다. 타율보다 무려 1할3푼 가까이 높은 출루율도 눈에 띄지만, 홈런 3개를 쏘아올리는 등 5할2푼에 달하는 장타율도 인상적이다.
아직 80타석도 채 뛰지 않은 스몰 샘플이지만, 현재까지의 활약상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68억원)의 사나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압도하는 성적이다. 이정후는 빅리그 직행 데뷔와 함께 리드오프를 맡긴 샌프란시스코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주 포지션은 중견수로 같다. 두 선수 모두 거포가 아닌 호타준족형 타자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두 선수가 KBO리그에서 함께 뛴 2022년, 터크먼은 한화 이글스에서 타율 2할8푼9리 12홈런 43타점 OPS 0.796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황무지 같던 한화 외야와 타선의 중추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최선을 다하고, 뒷말 없는 빅리거 다운 몸가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타율 2할1푼6리로 유독 약했다.
적은 타점은 타순의 영향도 있었지만, 주자가 있을 때 약해지는(주자 있을시 타율 2할6푼1리) 모습이 보였다. 주자 없을 때 성적이 좋다는 것은, 팬들로부터 '영양가가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가 터크먼을 포기한 표면적 이유이기도 했다.
한화와 작별한 터크먼은 지난해 컵스에서 타율 2할5푼2리 8홈런 56타점, OPS 0.740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1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반면 한화는 2023년 브라이언 오그레디, 닉 윌리엄스의 부진으로 뜨거운 비난에 직면했다. 그나마 올해 영입한 요나단 페라자가 좋은 활약을 보여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년전 이정후는 리그의 지배자였다. 타율 3할4푼9리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의 화려한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2년 연속 타격왕을 비롯해 최다안타 타점 장타율 출루율을 휩쓸며 타격 5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2년만에 두 선수의 입지가 달라진 셈이다. 올해 34세인 터크먼은 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26세 이정후는 신인다운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이정후는 이날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올시즌 타율 2할5푼9리, OPS 0.655에 그치고 있다.
그간 KBO 역수출의 대명사는 주로 투수들이었다.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브룩스 레일리(메츠)가 대표적이고, 그 뒤를 크리스 플렉센, 에릭 페디(이상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잇고 있다. 터크먼은 타자로서 역수출의 좋은 예로 남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