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헤이수스를 ABS 시대 맞춤형 투수라 할 수 있을까.
7경기 4승3패 평균자책점 3.60. 선발투수로 괜찮은 성적인데, 특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이 선수를 상대한 감독들은 "공략하기 정말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헤이수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총액 80만달러 조건에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비교적 저렴한(?) 몸값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지금까지 하는 걸 보면 키움이 '로또'를 맞은 분위기다.
화끈하다. 노디시전 이런 건 없다. 승 아니면 패다. 그런데 패전 경기들도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3월26일 NC 다이노스와의 KBO 데뷔전은 제쳐두자. 3⅓이닝 6안타 3볼넷 2사구 5실점(4자책점). 제구가 전혀 안됐다. 헤이수스도 사람인지라 긴장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경기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3월31일 LG 트윈스전 7이닝 4사구 없이 무실점 피칭 승리가 시작이었다. 이후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개인 3연승. 키움도 7연승 신바람을 탈 때였다.
지난달 18일 KT 위즈전과 24일 KIA 타이거즈전은 패전이었다. 하지만 5이닝 3실점, 6이닝 3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KT전은 타선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팀의 0대3 패배. KIA전은 투구 후반 힘이 조금 떨어졌을 때 위기를 탈출하지 못한 경우다. 그리고 당시 KIA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하지만 KT 이강철, KIA 이범호 감독 모두 "공략하기 힘든 투수였다. 우리가 운이 좋았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30일 롯데전 6⅔이닝 3실점 투구로 팀의 7연패를 끊어줬다.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는 끊어주는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헤이수스가 해주고 있다.
왜 헤이수스는 까다로운 투수일까. 일단 좌완으로 공이 빠르다. 150km가 넘는 공을 던진다. 그런데 제구가 좋다고 하기도, 안 좋다고 하기도 말하게 애매한 게 그의 매력이다.
NC 데뷔전 실패 후 헤이수스는 키움 코칭스태프와 논의 끝에 투구판 위치를 살짝 조정했다. 그리고 억지로 코너워크를 하지 않고, 가운데만 보고 공을 던지기로 합의했다. 안되는 제구로 코너워크를 하려다 경기를 망칠 바엔, 구위가 좋으니 조금 맞더라도 가운데 승부를 가져가자는 것이다.
대성공이었다. 조금 거칠고, 정통 오버핸드가 아닌 스리쿼터 가까운 특이한 폼에서 강속구가 들어온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도 자유자재로 던진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대로 제구가 완성형은 아니다.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 해도, 알아서 존 여기저기로 공이 날아들어간다. 약간 높고, 낮고, 빠지고 하는 공들이 들어가는데 '인간 심판' 시대에는 스트라이크를 받기 힘든 공들이 ABS 시스템에서는 스트라이크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헤이수스가 던진 150km 강력한 직구가 우타자 바깥쪽 높은 구석으로 꽂힌다, 사실상 칠 수 없는 공이 된다. 이런 공들이 자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니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그렇기에 피안타, 실점도 어느정도 나온다. 가운데만 보고 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또 강점이 되는 게 볼넷이 없으니 이닝을 많이 소화한다. 데뷔전 후 6경기에서 볼넷이 없는 경기가 4경기나 됐다. 최소 이닝은 5이닝, 최대 7이닝으로 기본 6이닝 이상은 먹고 들어가준다. 불펜 전력이 약한 키움에 정말 '복덩이' 외인이 나타났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