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내가 이렇게 터지는데, 왜 못 이기는거니.
25일은 KIA 타이거즈 잔칫날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를 13대2로 대파했는데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그리고 '대투수' 양현종이 선발로 호투, 개인통산 170승째를 따냈다. 여기에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도영이 4월 월간 10홈런-10도루 대기록을 작성했다. 1달에 이렇게 많은 홈런과 도루를 기록한 건 김도영이 KBO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2개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여기에 팀은 팀 역사상 최소 경기인 27경기에 20승을 채웠다.
그런데 두 대기록도 대기록이지만, 이 감독이 기뻤을 이유가 또 있었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가 3안타를 몰아친 것이었다. KBO리그 데뷔 후 매 시즌 '슬로스타터'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소크라테스. 올해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타자로서의 강력한 임팩트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25일 키움전을 앞두고 소크라테스의 부진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이 감독은 "나성범이 오면 시너지 효과로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적인 얘기를 했지만, "성격이 고민을 혼자 삭히는 상격이다. 최근 주변 얘기도 들리고, 본인이 계속 음지로 자신을 몰아넣는 것 같다"고 말하며 고충도 드러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소크라테스를 교체해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홈런 치고, 안타 쳐야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을 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그날 이 감독 말을 들었는지 3안타를 쳤다. 그리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감을 잡은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26일 LG 트윈스전 2루타 포함 2안타, 그리고 27일 LG전 홈런 포함 2안타를 치며 맹타를 휘둘렀다. 3일간 7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엉망이던 타율을 2할6푼1리까지 끌어올렸다. 3경기 연속 타점으로 타점도 16개가 쌓였다.
문제는 소크라테스까지 살아나 잘 나가던 팀이 더 살아나야 하는데, 중요한 LG전 이틀 연속 만원 관중 앞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뜨거웠던 상승세에 조금은 제동이 걸리는 느낌. 개막 후부터 많은 경기를 이기며 기분이 좋을 때 느끼지 못한 피로가, 이렇게 연패를 하며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독주 체제를 갖출 것 같았는데, 2연승을 달린 2위 NC 다이노스가 다시 2경기차 추격을 하게 됐다.
그래도 KIA 입장에서는 소크라테스가 감을 잡은 자체가 엄청난 위안이 될 것이다. 부상을 당한 나성범까지 돌아와 김도영-나성범-최형우-소크라테스-이우성 등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완성된다면 다른 어떤 팀에도 밀리지 않는 파괴력을 갖출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정상이라는 가정 하에 말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