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KCC가 챔피언결정전 기선을 제압했다.
KCC는 27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1차전에서 수원 KT를 90대73으로 완파했다.
라건아는 24분만을 뛰면서 14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최준용(12득점) 허 웅(17득점) 송교창(17득점) 등 '빅4'가 모두 제 역할을 했다. 반면, KT는 패리스 배스(29득점, 10리바운드)와 허 훈(12득점)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차전은 29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전반전=배스 GO KTvs 숨겨진 포석 KCC
챔프 1차전 1쿼터는 양팀의 팽팽한 힘 싸움으로 시작된다. 상대의 전력과 기세를 알아보고, 테스트를 하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포함된다.
KT가 강하게 나왔다. 잔부상이 있는 허 훈은 스타팅 멤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성우 문성곤을 중심으로 상당히 강한 압박을 했다.
'윤대협이 인정한 남자' 정성우가 잇따라 골밑을 돌파했다. 그러자, KCC는 에피스톨라가 코너 3점슛과 정성우에 대한 블록슛을 하면서 대응했다. 결국 팽팽한 접전.
배스가 움직였다. 3점포를 포함, 연속 5득점. KCC는 송교창 최준용 라건아가 스위치 디펜스로 배스를 봉쇄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단, KCC는 트랜지션이 살아있었다. 허 웅의 연속 스틸로 손쉽게 속공을 펼치면서 다시 균형을 맞췄다.
KT 배스가 2차례 패스미스. 그러자, KCC는 라건아, 최준용의 속공으로 응징하면서 23-19, 4점 차 리드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KT는 배스가 오픈 3점슛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24-23, 1쿼터 1점 차 KT의 리드로 종료.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은 2쿼터 마이클 에릭이 나올 경우, 드롭존을 예고했다.
그는 "3-2 드롭존으로 막은 뒤, 최대한 빠르게 배스를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챔프전 장기전에 대비해 배스의 체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내기 위한 포석이었다. KCC는 이근휘를 투입했는데, 이호현이 챔프전을 앞두고 팀훈련 도중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에피스톨라와 허 웅의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근휘를 기용했다.
드롭존은 적중했다. 2쿼터, 양팀은 '기어'를 바꿨다. 2옵션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KCC)과 에릭(KT)이 투입.
존슨이 중앙에서 1대1로 골밑 돌파에 성공. KT의 공격이 잇따라 실패했고, KCC는 존슨의 패스를 받은 이승현이 미드 점퍼를 성공시켰다. 그러자, KT는 곧바로 에릭을 배스로 교체했다.
배스는 곧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허 훈과의 2대2에서 매치업 상대를 존슨에서 송교창으로 바꾼 뒤 골밑 돌파. 이후 존슨의 볼을 스틸, 속공 덩크를 터뜨렸다. 그리고 중앙에서 미드 점퍼까지 성공. 32-29, KT의 역전.
단, 존슨도 반격했다. 저돌적 돌파로 배스의 파울을 얻어내면서 자유투 1득점. 배스에 수비 부담을 줌과 동시에 날카로운 기세를 둔화시켰다.
팽팽한 힘 대결. 허 훈이 스텝 백 3점을 터뜨리자, 허 웅이 곧바로 절묘한 왼손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또 다시 팽팽한 접전, 2쿼터 막판 한희원이 버저비터 3점포를 터뜨렸다. 41-39, 2점 차 KT의 리드로 전반 종료.
전반, KT는 배스가 무려 20득점을 올렸다. KCC는 최준용 송교창 라건아, 알리제 존슨 등이 번갈아 맡았지만, 베스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단, 에릭이 많은 시간을 뛰지 못하면서 전반 출전시간이 다소 많았다.
KCC는 철저하게 로테이션을 가져갔다. 1쿼터는 라건아의 골밑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확률농구, 2쿼터는 존슨과 허 웅을 중심으로 한 돌파와 속공이 임팩트가 있었다. '언더독'으로 평가받는 KT는 전반 예상을 뒤엎고 앞서가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KCC는 후반을 대비한 포석이 여기저기 깔려 있는 전반이었다.
▶후반전=3쿼터 KCC 폭발은 예정돼 있었다.
3쿼터 KCC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라건아의 골밑 공격을 중심으로 최준용과 에피스톨라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이면서 골밑슛과 미드 점퍼를 성공시켰다. KT의 작전타임.
KCC는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배스의 돌파가 실패. KCC는 얼리오펜스로 송교창의 돌파가 성공. 파울 자유투까지 얻었다. 허 웅과 송교창은 몸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KT는 좀처럼 흐름을 끊지 못했다. 하윤기의 미드 점퍼, 한희원의 3점포가 잇따라 실패. 최준용이 골밑 돌파로 하윤기를 뚫었다.
KT는 하윤기가 골밑슛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라건아의 블록슛에 막혔다. 곧바로 최준용의 절묘한 어시스트에 의한 송교창의 속공 레이업슛이 작렬. 54-41, 순식간에 13점 차로 벌렸다.
KCC의 단기전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들이었다. 세트 오펜스에서는 라건아를 중심으로 확률높은 골밑 돌파, 최준용과 송교창을 중심으로 속공이 어우러지면서 강력한 폭발력을 보인다.
단, KT는 허 훈이 있었다. 에피스톨라를 앞에 두고 3점포를 터뜨리면서 파울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이후 연속 득점에 성공한 허 훈은 배스에게 절묘한 어시스트까지 연결하면서 KCC의 기세를 눌렀다. 57-49, 8점 차까지 추격. 3쿼터 한 순간에 경기가 끝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허 훈이 흐름을 되돌렸다. KCC의 작전타임.
KT의 수비가 강화됐다. 배스가 골밑슛을 성공. 하지만, KCC는 라건아가 골밑 돌파 이후 덩크를 터뜨리면서 포효했다. 마치, 더 이상 추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또 다시 KCC의 공세가 강화됐다. 허 웅이 움직였다. 라건아의 절묘한 롱 패스로 허 웅의 속공. 허 훈이 마치 형에게 가져다 주는 듯한 패스를 허 웅이 스틸. 속공 2득점과 함께 파울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다시 13점 차(64-51)로 벌어졌다.
KCC의 2차례 실책이 KT의 속공 득점으로 연결됐지만, KCC의 수비는 강력했다. 게다가 KT의 수비가 라건아의 더블팀에 신경을 쓰는 순간, 송교창의 날카로운 골밑 돌파, 최준용의 미드 점퍼로 차곡차곡 점수를 벌렸다.
확실히, 라건아가 중심을 잡은 시스템에서 송교창과 최준용의 리그 최고 윙맨 듀오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KT는 문성곤 문정현 등 최상급 수비형 윙맨들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특히 송교창은 이현석으로 매치업이 바뀌자, 외곽에서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강력한 돌파로 KT 골밑을 초토화시켰다. 반면, KT는 배스와 허 훈의 단순한 3점 외에는 공격루트를 마련할 수 없었다. 그나마 외곽슛도 번번이 빗나갔다.
결국 72-55, 17점 차 3쿼터 KCC의 리드.
4쿼터에도 KCC는 집요했다. 라건아의 골밑 포스트 업이 공격 1옵션이었다. 4쿼터 시작하자 마자 라건아가 배스에게 파울을 얻어냈다. 가볍게 자유투 2득점
KT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책을 연발했고, KCC의 트랜지션 게임으로 이어졌다. 18~20점 차의 KCC 리드. 더 이상 KT의 반격은 없었다. KT는 4쿼터 7분여를 남기고 배스를 벤치로 불러들이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전반, KT는 밀리지 않기 위해 배스를 최대한 활용했다. 전반에만 20득점을 올렸다. 단, KCC는 2쿼터 드롭존을 사용하면서, KT 2옵션 에릭을 무력화시켰고, 배스의 휴식시간을 최대한 짧게 했다.
KT는 전반전 리드를 잡았지만, 3쿼터 후유증이 그대로 나타났다.
반면, KCC는 마치, 잔뜩 웅크린 채 KT의 펀치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며 체력을 비축,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3쿼터 시작하자 마자 곧바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공수에서 모두 결점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세트 오펜스에서는 가장 확실한 라건아 옵션을 활용하면서 공격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 배스가 주력인 KT 입장에서는 더블팀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필연적으로 내외곽에 허점이 생겼다. 이 부분을 KCC는 송교창과 최준용 허 웅이 효율적 움직임으로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3쿼터 에너지 레벨에서 우위, 포지션별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인 KCC가 KT의 골밑을 초토화시킨 이유다.
수비에서도 허 훈을 에피스톨라를 붙이고, 배스를 외곽에서는 송교창(혹은 최준용)을 배치시켰다. 배스가 돌파하면 최준용(혹은 송교창)과 라건아가 동시에 골밑에서 공간을 좁히면서 협력수비. 배스의 골밑 돌파까지 무력화시켰다. KT의 공격을 풀어줄 원-투 펀치가 막히면서, KT는 KCC의 수비를 뚫을 대부분의 공격 루트가 막혔다.
결국 2쿼터 세컨 유닛으로 드롭존을 사용하면서 후반을 대비한 KCC의 포석이 3쿼터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여기에서 승패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 수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