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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인터뷰]'도하 참사' 황선홍 감독, "대회 중 A대표팀 논의? 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40년만 올림픽 본선 좌절엔 "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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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죄송하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40년만에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도하 참사'를 당한 황선홍호 구성원들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27일 오후 1시쯤 인천국제공항 입국 게이트를 나선 황선홍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코치진과 국내파 선수 13명이 아부다비를 경유해 먼저 귀국했고, 이태석(서울) 장시영(울산) 서명관(부천) 홍윤상(포항) 등 부상 증세가 있는 4명은 이날 오후 5시35분 귀국할 예정이다. 해외파 정상빈(미네소타) 김민우(뒤셀도르프)는 도하에서 각자 소속팀으로 바로 복귀했다.

대표팀은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파리올림픽 예선) 8강에서 2-2 동점 후 승부차기 끝에 충격패하며 상위 1~3위에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1984년 LA올림픽 이후 꼭 40년만이다. 그 사이 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라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동메달 신화를 썼다.

한국 축구 레전드 출신인 황 감독은 지난 2021년 9월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파리올림픽 본선을 바라보고 팀을 꾸렸다. 지난해 9월~10월에 열린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 감독은 중요한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귀국 후 스탠딩 인터뷰에서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 많이 성장해야 되고 또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 해줬다고 생각한다. 비난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본선 탈락으로 한국의 23세 이하 선수들은 메이저 무대를 누빌 기회를 놓쳤다. 병역 특례도 물 건너갔다. 황 감독은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지금 연령대 대표팀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2년여 기간 동안 느낀 점은 현재 시스템이면 (다른 나라들과)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연령대 대표팀이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서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저는 작년 9월(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4월 대회에 집중해야 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구조로 우리가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에게 비판을 받는 이번 대회 선수 선발에 대해 "우리가 언급했던 그 세 선수(배준호 양현준 김지수)는 제가 직접 구단을 방문해서 차출 협조를 했다. 차출하기로 약속을 받은 상황에서 우리가 서아시아 대회를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서 차출을 했던 부분이다. 시즌 막바지인 4월달에 순위 싸움이 좀 경쟁되면서 그 선수들을 차출을 거부한 상황이다. 김동진 최강민 등은 그 선수들이 차출 거부됐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다 결정을 해놓은 상태였다. 항간에서는 중앙 수비를 안 뽑고 왜 미드필더를 뽑았냐고 하는데 지금 (해당 연령대에)국내 중앙 수비 중 경기에 뛰는 선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수비수를 중앙으로 돌리고 미드필드를 보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탁월한 득점력을 뽐내던 공격수 이영준을 인도네시아전에 후반 교체투입한 배경에 대해선 "이영준이 두 경기를 마치고 스포츠 헤르니아 증세를 보였다. 60분 이상을 뛸 경우 또 다른 부상을 야기할 수 있어서 일본전에 아꼈다. 코치진과 밤새 논의한 끝에 이영준을 (인도네시아전)후반에 투입하는 게 더 이롭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인도네시아전 후반에 상대 수비수를 향한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을 당했다.

황 감독은 인도네시아전 후반에 판정 항의에 따라 퇴장을 당한 상황에 대해 "그 정도는 심판에 항의할 수 있다고 본다. 석연찮은 판정"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황 감독은 지난 3월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아 혼란스러운 대표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유력 후보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 현지에서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와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두고 미팅을 가졌다는 루머가 떠올랐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다음을 위해 뒤에서 작업하고 그런 거 안 한다. 그건 분명하다"고 단호한 어조로 루머를 반박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국대 감독은)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며 "지쳤다. 일단 쉬고 싶다"고 했다. 황 감독의 계약기간은 오는 여름 파리올림픽 본선까지였다. 인천공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