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포스트 클롭이 조금씩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26일(한국시각) 유럽이적시장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자신의 SNS에 '아르네 슬롯 페예노르트 감독이 리버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슬롯 감독 역시 "페예노르트와 리버풀이 협상 중이다. 나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스스로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자신이 있고,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 나는 리버풀과 계약하길 원한다"고 했다. 이어 "페예노르트가 나를 리버풀에 합류하도록 밀어줄 것이라 믿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에게 엄청난 발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페예노르트에서 기쁘지만, 나에게는 환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디어슬레틱은 협상 사실을 전했다. 디어슬레틱은 '리버풀이 아르네 슬롯 감독에 대해 영입 제안을 했지만, 페예노르트로부터 거절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리버풀은 보상금으로 800만파운드를 제시했지만, 페예노르트는 끄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스포츠 역시 '리버풀이 차기 감독으로 토트넘의 관심을 받던 슬롯 감독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버풀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던 클롭 감독이 전격 사의를 표했다. 리버풀은 지난 1월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클롭 감독은 구단과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가 고갈됐다"며 올 시즌 이후 갑작스럽게 물러나는 사유를 밝혔다. 클롭 감독과 리버풀의 기존 계약은 2026년까지였다. 클롭 감독은 "난 지금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 일을 계속, 계속, 계속, 계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의 구세주였다. 2015년 10월 리버풀에 부임한 클롭 감독은 리버풀의 전성세대를 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리그 우승을 노리기는커녕 유로파리그 진출에 목메야 할 처지로 떨어진 리버풀은 클롭 감독 체제로 재편한 후 반등에 성공했다. 2018~201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한 리버풀은 다음 시즌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클롭 감독은 리그, UCL, FA컵, 리그컵 우승을 모두 차지한 유일한 사령탑으로 리버풀 역사에 기록됐다.
리버풀은 당장 다음 시즌부터 팀을 이끌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한다. 당초 1순위는 레버쿠젠의 우승을 이끈 '차세대 명장' 사비 알론소 감독이었다. 알론소 감독은 리버풀에서도 뛰었다. 리버풀은 알론소 감독과 접촉했지만, 알론소 감독은 레버쿠젠 잔류를 선언했다. 레버쿠젠은 지난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론소 감독의 잔류 사실을 발표했다. 알론소 감독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레버쿠젠은 내가 감독으로서 발전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며 "젊은 사령탑으로서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해야 할 나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선수들과 팀을 돕고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발전을 돕고 싶다"라며 "그런 과정에 내가 함께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행복하다"라고 덧붙였다. 알론소 감독은 "잔류를 결심한 뒤 그동안 나를 존중해준 구단 관계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공유했다"라며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고, 이제 시즌 우승을 위해 기름을 가득 채우고 싸울 시간이 2개월 남았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알론소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선수들에게 잔류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풀 못지 않게 알론소 감독을 원했던 바이에른 뮌헨 역시 입맛을 다셨다.
리버풀은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턴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 등과 연결됐다. 가장 최근 까지는 스포르팅의 전성시대를 연 '포르투갈의 젊은 명장' 후벵 아모림 감독과 강하게 연결됐다. 39세에 불과한 아모림 감독은 2021년 스포르팅을 19년만에 우승으로 이끌며 주목을 받았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무장한 아모림 감독은 차세대 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도 스포르팅을 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다.
또 다른 후보도 나왔다. 네덜란드의 과르디올라로 불리는 아르네 슬롯 페예노르트 감독이다. 2019년 알크마르를 이끌며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은 슬롯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주목을 받더니, 2021년 페예노르트로 이동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첫 해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6년만에 페예노르트를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올 시즌에도 KNVB컵을 들어올렸다. 네덜란드 출신 답게 과감한 공격 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슬롯 감독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전 토트넘과 강하게 연결되며 국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슬롯 감독은 토트넘 행을 원하는 뉘앙스를 보이다, 페예노르트 잔류를 선언했다.
슬롯 감독이 직접 리버풀을 원한다고 하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슬롯 감독이 클롭 감독의 가장 유력 후임 후보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