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황선홍호가 변칙 라인업으로 신태용호를 상대한다.
'황선홍 vs 신태용'. 얄궂은 운명이다. 두 한국축구 레전드가 파리행 길목,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황선홍 감독(56)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30분(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신태용 감독(54)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서 '숙적' 일본을 1대0으로 꺾고 B조 1위에 오르며, '황새 대 여우'라는 특별한 대진표가 완성됐다. 인도네시아는 첫 경기서 '개최국' 카타르에 0대2로 패했지만, 만만치 않은 호주와 요르단을 완파하며 A조 2위로 깜짝 8강행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가 이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강전은 파리행을 위한 한 고비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다. 3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할 수 있고,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세계 최초인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위업을 이루고자 하는 황 감독이나,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만에 인도네시아에 올림픽 티켓을 안기려는 신 감독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선 앞선다. 한국은 U-23 레벨에서 인도네시아에 5전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실리적인 축구로, 단 한골도 내주지 않는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한-일전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아낀데다, 승리로 분위기까지 끌어올렸다.
인도네시아도 만만치 않다.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 체제가 들어선 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들을 대거 흡수했고 자국 선수들의 기량도 끌어올리면서 성장했다. 라파엘 스트라윅(덴하흐), 이바르 제너(위트레흐트), 네이선 조아온(헤이렌베인), 저스틴 허브너(세레소 오사카) 등 혼혈 선수들을 앞세워, 예전과 달리 피지컬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상당수가 지난 카타르아시안컵에서 A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등 경험까지 갖췄다. 여기에 신 감독의 공격 축구가 어우러지며, 까다로운 팀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황 감독은 변칙 카드를 꺼냈다. 2경기 3골을 기록 중인 이영준(김천)과 '해외파' 정상빈(미네소타) 모두 벤치에 앉혔다. 대신 엄지성(광주) 강성진(서울) 홍시후(인천) 스리톱을 꺼냈다. 허리진에는 이태석 백상훈(이상 서울) 김동진(포항) 황재원(대구)이 포진한다. 이태석은 4경기 연속 도움에 도전한다. 스리백은 경고 누적에서 돌아온 변준수(광주)를 중심으로 이강희(경남) 조현택(김천)이 선다. 백종범(서울)이 골문을 지킨다. 부상 중인 안재준(부천)이 벤체로 돌아온 것이 눈에 띈다.
신 감독도 3-4-3 카드를 내세웠다. 스트라윅을 중심으로 술라이만, 퍼디난이 좌우에 선다. 아르한, 추-아-온, 제너, 파미가 허리진에 포진한다. 허브너-리도-테구가 스리백을 이룬다. 수타리아디가 골키퍼 장갑을 낀다.
황 감독은 "안도네시아의 장점은 신 감독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뒤로 하고, 무조건 이기도록 준비하고 경기하겠다"고 했다.신 감독도 "조국을 상대하는게 처음하는 경험이다.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마음이 상당히 힘들다. 한국 수비가 견고하다. 이를 부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