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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장애인에게 좋은건 비장애인에게 더 좋은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X삼성화재 이문화 대표X서울 아이들 함께한 '시각장애 안내견' 체험[현장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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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장애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는 사회는 비장애학생이 더 좋은 교육을 받는 사회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25일 시각장애인 안내견 체험 '함께 걷는 길' 행사에서 학생, 학부모들에게 건넨 말이다.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는 20일 장애인의 날, '4월 마지막 수요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와 함께 특별한 체험 행사를 기획했다. 조 교육감은 9층 집무실에서 행사장인 11층 강당까지 눈을 가린 채 안내견의 안내에 의지해 이동했다. "아주 짧은 시간인데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무서운 느낌도 있고, 어둠 속에서 안내견의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삼성화재와 함께 안내견과 장애 인식 개선 체험행사를 함께하게 돼 감사하다. 안내견 한 마리를 1년간 유지, 관리하는 데 1억원이 소요된다고 해 놀랐다. 삼성화재가 사회공헌 사업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 저도 오늘 학생들과 함께 시각장애와 안내견에 대해 많이 배우겠다"고 했다. 이어 "장애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는 비장애학생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라는 소신과 함께 "임기동안 특수학교를 2개 만들었고 앞으로 2개 더 설립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했다.

이날 행사장엔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가 서울시교육청 13기 학생참여단, 서울시 초중고생, 각학교 교감, 교사, 학부모 등 100여명과 함께 했다. 이 대표는 "안내견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서울시교육청에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6월 '신경영'을 선언한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그해 9월 세워졌다. 이 대표는 "지난 31년간 총 287두의 안내견을 분양했고, 현재 79두가 전국서 활동중"이라면서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어려움이 없도록 체험 행사를 통한 인식개선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1년간 그랬듯 앞으로도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함께 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가 조 교육감에게 서울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개발한 '안내견 인식개선 교재'1000부를 전달한 후 안내견 '해달이'의 파트너이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사인 유석종 프로가 윤서향 중계중 영어교사, 중계중 2학년 이송현양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이어갔다.

생후 2개월에 시력을 잃은 윤 교사는 안내견 '찬란이'와 동행했다. 맹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영어교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날 이해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 나만 시각장애인이니 내가 아이들을 잘 이해하면 되겠구나, 아이들에게 맞는 걸 내가 제공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맞는 온라인 칠판을 쓰니 아무 문제 없더라"며 미소 지었다. 송현양에게 '다른 선생님들과의 차이'를 묻자 "똑같다"고 즉답했다. "전자타이핑으로 온라인 칠판을 쓰시는 것 말곤 차이가 없다"며 웃었다. 윤 교사와 가까워진 계기에 대해 "시각장애나 안내견에 관심이 많았고,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찬란이'와 친해지다보니 선생님과도 친해졌고, 덕분에 대화거리도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커서 안내견 학교에서도 일해보고 싶고 점자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윤 교사는 "보행중이라면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 눈으로만 예뻐해주시면 좋겠다. 만지거나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받아야 한다" 등 안내견을 대할 때의 에티켓과 주의사항도 짚어줬다. 이어 조 교육감에게 장애, 비장애 교사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유니버설' 정보 접근성에 대한 정책도 제언했다. "4세대 나이스 등 큰 변화가 있을 때 누구나 접근용이한 정책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 장애교사들 사이에 혼란이 있었다. 협의체부터 장애교사 참여를 통해 목소리를 담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 프로 역시 "입안 과정부터 장애당사자가 참여하면 그때그때 수정할 수 있다. 결과물이 다 나온 다음 적응하라고 하면 적응할 수가 없다. 정말 장애인이 된다"며 공감을 표했다. 송현양은 장애-비장애인이 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즉답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존재다. 장애인은 그냥 몸이 약간 불편할 뿐이고, 모든 생명은 다 똑같다."

토크 콘서트 후 교육청 앞 경희궁 공원에서 서울 학생들의 안내견 보행체험이 시작됐다. 안내견과 눈을 가린 학생들이 하네스를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남강중 학생회장' 윤건군은 "오늘 안내견 체험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처음엔 안보여서 무서웠는데 안내견을 믿고 가니 괜찮더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창동중에선 권주희 특수교사의 인솔로 무려 14명의 학생들이 참가, 조희연 교육감과 V포즈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다. 권 교사는 "아이들이 안내견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정말 좋은 행사였다"면서 "아이들이 직접 신청했다. 작년에 시각장애체험을 해본 학생이 반 친구들에게 권해 참가율이 높았다"고 귀띔했다.

행사를 준비한 홍용희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은 "시각장애인의 파트너인 안내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제대로 가지고 안내견을 대하는 에티켓을 지켜서 교육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속에서 장애를 공감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획 실무를 담당한 통합운영팀 정혜정 장학사는 "이번 체험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인식개선은 물론 긍정적인 태도를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일회성 체험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토크콘서트도 진행했는데 필요한 내용들이 잘 담겨서 좋았다. 또 인식 개선을 통해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 교사들의 학교생활에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많은 학생들이 와서 적극 참여해줘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