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지니형, 미안해요."
프로농구 부산 KCC의 용인시 마북리 클럽하우스 앞마당은 농구계에서 소문난 커피차 '핫플(핫플레이스)'이다. 농구계 현역 최고 인기남 허웅에 이어 원조 인기남 이상민 코치가 팀에 합류하면서 '커피차 행렬'이 가속화됐다.
최근 이례적인 커피차가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그동안 이 코치나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었는데, 전창진 감독을 위한 특별 커피차다. 지난 24일 오후 클럽하우스 앞마당에 'KBL 최고명장 지니♥'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커피차가 차려졌다. 구단에 따르면 감독을 위한 커피차는 처음이라고 한다. 전 감독은 지난 2022년 '500승 달성'을 기념해서, '국민대 총장배 아마추어 대학농구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위해 커피차를 베풀어 봤지만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커피차가 도착했다는 구단 프런트의 보고를 받고 "무슨 소리야? 잘못 배달된 것 아니야?"라고 전 감독이 깜짝 놀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커피차를 보낸 이는 기존 KCC 팬과 허웅의 팬들이 연합한 '부산KCC이지스 갤러리'라고 한다. 이들은 '호랑이', '승부사' 등 별명으로 강한 이미지였던 전 감독에게 '지니'라는 새 애칭을 붙여 준 것도 모자라 커피차를 장식하는 데에도 갖은 정성을 기울였다.
전 감독이 청소년대표·학창 시절 친구 유재학(전 현대모비스 감독), 후배 허재(전 KCC 감독)와 함께 찍은 추억의 사진을 비롯해 경기 중 벤치 지휘하는 모습을 작은 액자로 만들어 곳곳에 배치했다. 대형 전신 사진 롤링배너에는 '당신이 우리의 기적입니다'라는 응원 문구를 새겨넣어 전 감독의 기를 한껏 살려주기도 했다. 커피 등 음료수뿐 아니라 과일, 비스켓 등 알찬 구성의 간식세트도 제공되는 등 곳곳에서 깊은 정성이 묻어났다.
팬들이 왜 이런 커피차를 느닷없이 보냈을까. 전 감독과 선수단 등 보는 이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 '삼행시' 응원 문구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전: 전에 우리가 했던 말, 창: 창진이형, 진:진짜 미안해요'
전 감독은 지난 21일 4강 4차전 승리로 챔프전 진출을 확정한 뒤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다. (시즌동안 팬들한테)욕을 많이 먹었다. 트럭시위도 여러 번 하고, 물러나라고 여러 번 했는데…, 깨끗이 잘 하고 물러나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감독이란 '무게'때문에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토로한 것이자, '용퇴'를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결과가 말해준다고, 최초의 5위팀 챔프전 진출이란 대성과를 거둔 지금, 성급하게 비난에만 몰두했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은 게 사실이다.
커피차를 보낸 팬들은 상처받은 전 감독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주고 싶은 듯 '대신 사과'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전 감독과 최형길 단장에게는 별도의 선물세트와 응원편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에서도 팬들의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전 감독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더 힘을 내서 챔프전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했고, 구단 관계자는 "이번 커피차는 평소의 것과 크게 달랐다. 선수들도 '삼행시'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더욱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차는 25일에도 이어졌다. 이날은 라건아, 알리제 존슨, 제프리 에피스톨라 등 외국 선수 앞으로 배달돼 챔프전을 준비하는 KCC 선수들의 기를 북돋웠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