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전 경험이 있잖아요."
홍건희가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 두산 베어스에는 어떤 악몽이 찾아왔을까.
두산이 신승했다. 두산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4대3 1점차 승리를 거뒀다. 2연승.
정말 고개를 넘고, 또 넘은 경기였다. 6회 양석환의 적시타, 라모스의 투런포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추가점을 얻지 못했고, 경기 후반 상대에 계속해서 찬스를 제공했다.
7회 무사 1, 3루 위기를 1실점으로 막았다. 4-2 리드. 그리고 8회 무사 1, 3루 위기를 또 무실점으로 넘겼다.
진짜 무서웠던 건 9회. 마무리 정철원을 올렸으니 그대로 경기가 끝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철원이 김성욱, 서호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대타 박세혁에게 사구까지 내줬다. 무사 만루 대위기.
이승엽 감독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정철원을 고집하지 않고 홍건희를 투입했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홍건희는 떨지 않았다. 김주원에게 희생플라이 타점을 허용했지만, 역전이 되지 않았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박민우 고의4구. 1사 만루 상황.
홍건희는 부담스러운 타자 권희동을 1루 땅볼로 유도, 홈에서 3루 주자를 잡아냈다. 그리고 강타자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천금 세이브였다.
두산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 소속 선수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 처방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소속 선수 8명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팀이 뒤숭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경기마저 역전패했다면,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뻔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총액 24억5000만원 FA 계약을 체결한 홍건희가 액수로 평가하기 힘들겠지만, 엄청난 가치의 세이브를 따냈다. 시즌 첫 세이브.
홍건희는 "중반부터 마지막까지 긴장 늦추지 않고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등판은 아니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홍건희는 이어 "최근 밸런스나 몸 상태가 좋다는 느낌이 있어서 구위를 믿고 자신감 있게 던지려 했다. 인플레이 타구들이 나오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경기를 돌이켰다.
홍건희는 마지막으로 "무사 만루라는 상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경험이 있으니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 팀 승리를 지켜서 뿌듯하다. 시즌 첫 세이브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하며 "스프링캠프 때 오른쪽 엄지에 가벼운 부상이 있어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다.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오늘을 계기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팬들께서 정말 큰 환호를 보내주셨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율이었다. 짜릿하고 힘이 났다. 그 함성에 보답하기 위해서 앞으로 마운드 안팎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