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에 100마일 강속구를 마구 뿌려대는 파이어볼러 클로저가 등장해 미국 대륙이 떠들썩하다.
주인공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우완 메이슨 밀러다.
밀러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3타자를 전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시즌 5세이브를 마크했다.
100마일을 웃도는 포심 직구와 80마일대 후반의 슬라이더를 가지고 양키스가 자랑하는 1~3번 앤서니 볼피, 후안 소토, 애런 저지를 모조리 넉아웃시켰다.
볼피를 상대로 1~3구를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102.5마일 직구를 바깥쪽 높은 코스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올시즌 양키스 타자 가운데 감이 가장 좋은 소토를 103.3마일(166㎞) 가운데 높은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현존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소토를 상대로 공 4개를 모두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던졌는데, 소토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다음 타자는 홈런왕 저지.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87.8마일 한복판 슬라이더를 파울로 걷어낸 저지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날아드는 6구째 102.5마일 직구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로써 밀러는 올시즌 8경기에서 5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10이닝을 던져 6안타와 4볼넷을 내주고 삼진은 무려 20개를 잡아냈다. 9이닝 기준 탈삼진 비율이 18.00이다. 아무리 뛰어난 마무리 투수라고 해도 이 정도의 탈삼진율은 보기 드물다. 피안타율은 0.167, WHIP는 1.00이다.
이날 밀러가 던진 직구 8개는 모두 100마일 이상을 찍었다. 최고 구속은 103.3마일, 평균 101.8마일이었다. 올해 밀러의 직구 구속은 최고 103.7마일까지 나왔다. 지난 1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괴물' 루키 와이엇 랭포드가 파울로 걷어낸 한복판 직구였다. 전날까지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100.6마일이었다.
1998년 8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태생인 밀러는 노스캐롤라이나 가드너-웹대학 재학 중이던 2021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오클랜드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그는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도 10경기 중 6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해 오클랜드는 밀러를 마무리로 쓰고 있다. 지난해 21세이브를 올린 트레버 메이가 은퇴한 뒤 마땅한 자원이 없던 터에 빠른 공을 던지는 밀러를 발탁했다.
밀러는 지난해 3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나타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4월 20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한 밀러는 이후 4경기 연속 선발로 등판한 뒤 5월 9일 오른팔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후 9월 복귀했지만, 2차례 선발로 나선 뒤 부상 재발 우려가 나오면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그리고 올시즌 첫 등판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1이닝 3안타 2실점한 뒤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5세이브를 챙겼다.
애슬레틱스는 올해가 오클랜드에서 경기를 하는 마지막 시즌이다. 2028년 새 연고지인 라스베이거스에 홈구장이 완공돼 이전할 때까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새크라멘토 서터헬스파크를 홈으로 쓰기로 했다. 오클랜드팬들에게 걸출한 클로저 탄생을 알리며 떠나는 셈이 된다.
경기 후 밀러에 삼진을 당한 소토는 "정말 좋은 패스트볼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한 밀러의 동료 외야수 브렌트 루커는 밀러에 대해 "정말 엄청난 공이다. 완전히 압도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오클랜드 경기 직후 구단 SNS에 밀러의 세이브 영상을 올리며 '경고: 이 영상을 보는 동안 당신의 기계가 불이 붙을 수도 있다'고 자랑했다.
오클랜드는 0-0이던 9회초 무사 1루서 잭 겔로프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투런포를 뽑아내 2대0으로 승리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