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수비축구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게 아니고 수비를 먼저 탄탄하게 하는 성향이었는데..."
윤정환 강원 감독(51)은 조금 억울했다. 잘못 알려졌다는 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윤정환 감독은 지도자로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 K리그 감독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울산을 맡았던 두 시즌이 전부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 시절 울산의 축구가 윤정환의 축구인 셈이다. 당시 울산은 선제골을 넣으면 일단 걸어 잠근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윤정환이 이끄는 강원은 어떤가. 강원은 8라운드 현재 3승3무2패 승점 12점으로 4위다. 팀 득점은 15골로 리그 2위다. 실점은 14점으로 리그에서 제일 많다. "3골을 허용하면 4골을 넣으면 된다"는 조 본프레레 전 대표팀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강원은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3골 이상 몰아치는 화력쇼를 펼쳤다. 심지어 21일 인천을 4대1로 완파한 뒤에는 "기회가 더 있었는데 살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넣을 수 있을 때 많이 넣어야 한다"라며 득점을 더 만들지 못한 장면에 대해 아쉬워했다.
윤정환 감독은 현역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전형적인 테크니션으로 통했다. 수비 보다 당연히 공격 전술에 능통하다. 윤 감독은 "예전에 솔직히 그렇게까지 수비 축구를 했다기 보다는 일단 수비를 탄탄하게 만들어 놓고 공격을 가는 성향이었다. 올해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더 공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꾸는 중"이라며 웃었다.
현대 축구는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전제로 출발한다. 라인을 최대한 올리고 공격수들도 강하게 상대 수비들을 괴롭히는 것이 유행이다. 윤정환 감독은 "축구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 하던 것만 고집하면 그렇게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가진 능력치를 트렌드에 맞춰서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동계훈련을 준비하고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강원은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다. 개인 기량으로 경기 양상을 뒤집을 특급 선수를 다수 보유하지도 않았다. 더욱더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중요하다. 선수들 개개인이 철저히 목적 의식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 윤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에 고등학생도 뛰는 실정이다. 다른 팀과 비교해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여러가지 전술이나 움직임에 대해서 선수들이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 들어갔다"고 고마워했다. 실제로 준프로 신분으로 활약 중인 양민혁(강릉제일고)은 인천전 1도움 포함 종횡무진 활약한 뒤 22일 등교했다.
강원은 곧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9라운드와 10라운드에 리그 2위 김천과 1위 포항을 차례로 만난다. 특히 포항은 리그 최소 실점의 철벽 수비를 자랑한다. 최소 실점 2위팀 인천에 융단폭격을 퍼부은 강원의 공격축구가 포항에도 통할지 궁금하다. 윤정환 감독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