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원권 감독이 결국 대구FC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K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전했다. 구단의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 감독은 19일 오후 선수단을 만나 작별인사를 전했다"고 했다. 이로써 최 감독은 2013년부터 12년 동안 이어온 대구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유는 역시 성적 부진이다. 대구는 개막 후 1승3무3패에 그치며, 11위로 추락했다. 부진한 경기력에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6라운드부터 최 감독 사퇴 걸개가 걸리기 시작했다. 17일 코리아컵에서 연장 접전 끝에 K리그2의 충북청주에게 까지 패하자, 팬들은 버스까지 막으며 최 감독의 퇴진을 외쳤다. "사퇴가 가장 편한 길"이라며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던 최 감독은 팬들의 거센 분노에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충북청주전을 끝으로 사퇴를 결심했다. 지금 변화를 주지않으면 대구가 올 시즌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책임감도 그의 마음을 바꿨다.
최 감독은 대구의 역사다. 2013년 선수로 대구와 인연을 맺은 최 감독은 플레잉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후 대구에서 외길을 걸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코치,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수석코치를 역임한 최 감독은 2022년 감독대행으로 대구 지휘봉을 잡았다. 패기 있는 지도력으로 강등 위기의 팀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대행 신분으로 역대 두번째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P급 지도자 강습회 수강생으로 선발되며 마지막 요건을 채운 최 감독은 2023년 마침내 정식 감독이 됐다. 그는 K리그 첫 1980년대생 감독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식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최 감독은 초반 무색무취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선수비 후역습 완성도를 높이며 '딸깍 축구'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정규리그 막판 놀라운 상승세를 이끌며, 부임 첫 해 파이널A 진출이라는 성과도 만들어냈다.
겨우내 이렇다할 보강없이 시작된 2024시즌, 대구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며 결과까지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 감독은 10년 넘게 있었던 대구에 대한 애정을 여러차례 내비쳤지만, 결국 동행을 마무리해야 했다. 최 감독은 18일 오전 자진사퇴 의사를 전했지만, 구단은 만류했다. 하루 뒤인 19일 양측은 다시 만남을 가졌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구 역시 최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구는 발빠르게 차기 감독을 선임해,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일단 당장 예정된 21일 대전과의 홈경기는 정선호 코치 체제로 치를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