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 입찰에서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KH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강한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KH필룩스, KH전자, KH건설, IHQ, KH강원개발, KH농어촌산업 등 KH그룹 소속 6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10억 4000만원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4개사 및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KH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2021년 6월 강원도개발공사가 발주한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매각 공개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들러리, 투찰가격 등에서 담합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H그룹은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충실히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을 밝히며, 제재에 대해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설상 종목 경기장이자 본부로 활용됐던 알펜시아 리조트가 대회 이후 활용도가 떨어지며 '돈 먹는 하마'가 되면서부터였다.
이를 직접 건설하고 소유하고 있던 강원개발공사(이하 공사)로선 경영 개선을 위해선 민간 매각밖에 답이 없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펜시아 리조트는 과도한 부채와 만성적자로 인해 2021년말까지 이자비용을 포함해 약 7000억원을 강원도민의 세금으로 갚고도 여전히 7000억원이 넘는 부채로 남아 열악한 강원도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었다.
강원도가 중심이 돼 외국인 투자자 투자 유치를 통한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에 공사는 2020년 10월부터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다음해 1월까지 진행된 4차례 입찰은 투찰자가 없어 유찰됐고, 이어 2021년 3~4월에 진행된 두 차례의 수의계약도 결렬됐다.
KH그룹은 KH필룩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인 KH강원개발을 설립, 이후 2021년 5월에 진행된 5차 입찰에서 당초 공사가 예정했던 1차 입찰가 9708억원에서 30% 감액된 6800억 7000만원으로 최종 낙찰을 받게 됐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KH그룹이 30% 감액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후 KH강원개발을 통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낙찰받기로 하고, 유찰로 인한 일정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KH건설이 자회사인 KH리츠(현 KH농어촌산업)를 설립해 낮은 가격으로 참여하는, 일명 '짬짜미'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4개 계열사들은 이를 잘 알면서도 지분을 인수하고 '들러리'로 입찰을 했기에 함께 고발하게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또 배상윤 회장은 이 과정과 세부사항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는 등 담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방 공기업이 소유한 대규모 공공기관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입찰에서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을 엄정하게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 적발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KH그룹은 공정위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KH그룹 관계자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4번의 유찰에서 보듯 시장 참여자들에게 외면받았는데, KH그룹이 7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인수해 흑자 전환을 했다. 또 고용 창출과 보장 등 강원도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제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KH그룹은 계열사별로 각자 대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수장까지 함께 고발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리적인 판단을 거쳐 이의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법적 공방까지 예고되고 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