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헬스칼럼] 무지외반증, 이것도 병이야?

by

"당신은 여기 안 아파?"

"아니 전혀"

아내의 툭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이 걱정스러워 물었더니 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혹시라도 아프면 말해. 수술 잘하는 교수님 소개해 줄 테니까."

"아니 전혀 안 아픈데? 근데 이것도 병이야?"

필자도 족부 전문의지만 직접 아내의 발을 수술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아내가 아파서 수술하겠다고 하면 스승님께 소개할 작정이었는데, 아내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렇게 12년이 흘렀고 아내는 '어머니 풋살 클럽'의 주장을 맡아서 열심히 공을 차러 다닌다. 처남들도 무지외반증이 있다. 무더운 여름날, 처남들 발을 보니 아내보다 더 튀어나와 있었다. 아프지 않냐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며 이게 병인지도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들 장모님에게서 유전으로 물려받은 질환인데, 다들 신경 쓰지 않고 잘 걸어 다닌다. 내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고, 엄지발가락과 관절을 이루는 중족골은 반대로 안쪽으로 휘는 대표적인 족부질환 중 하나이다. 관절이 꺾이면서 염증이 생기고, 튀어나온 뼈가 신발에 눌려 통증이 발생하지만 필자의 가족처럼 아프지 않다는 환자들도 많다. 통증으로 수술을 빨리 받는 환자도 있지만 엄지발가락이 45도 이상 휘어서 두 번째 발가락과 겹쳐 'X자' 모양인데도 아프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아프지 않으면 무지외반증을 그냥 둬도 괜찮은 것일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지외반증으로 발가락이 변형되면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엄지발가락 중족골두가 안쪽으로 튀어나와 있으면 피부를 자극해 염증이 발생하기 쉽고, 얇아진 피부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바깥쪽으로 꺾인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아래로 들어가면서 두 번째 발가락이 갈퀴처럼 고부라질 수 있다. 이를 갈퀴족지 변형이라 하는데, 이때 두 번째 발가락의 중족지 관절 아탈구가 일어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체중을 가장 많이 지지해야 할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면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 역할을 대신하느라 체중 부하를 많이 받게 되면서 중족골두 쪽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한다. 삼각대의 한 축인 엄지발가락이 무너지기 때문에 발의 전체적인 균형 또한 무너져서 평발처럼 발이 바깥쪽으로 뒤틀리게 되어 다른 관절에도 통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문제로 필자는 무지외반증 수술을 권장하는 편이다. 아프지 않다고 방치하다 변형이 엄청 심해진 다음에 수술하려고 하면 수술도 어렵고 복잡할뿐더러 재발률도 높다. 더구나 주변 발가락까지 변형되고 통증이 생기면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통증이 없다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통증이 없어도 미용목적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따라서 통증 등의 증상이 있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면 변형이 너무 심해지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무지외반증은 유전되어 발현되기 쉽다. 부모가 이 질환이 있는 경우 자식들도 이른 나이에 변형이 생긴다. 후천적으로는 좁은 신발을 신는 경우에 잘 발생한다. 여자의 경우 하이힐이 대표적이다. 한번 변형이 발생하면 엄지발가락 위아래에 있는 힘줄이 뼈의 외측을 지속적으로 당기기 때문에 자연적인 교정은 되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 교정기나 보조기로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치료는 힘들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뿐이다. 수술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엄지발가락의 뼈를 절골술로 교정하는 원리는 모두 같다. 다만, 수술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도움말=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