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빨리 쳐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웃음)."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최정.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으나 떨림까지 숨기진 못했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둔 SSG 랜더스는 분주했다. 최정이 이날 홈런 1개만 더 추가하면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던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기 때문. 원정팀 KIA와 KBO 측에는 최정이 이 기록을 넘어 신기록을 작성하면 3분간 경기를 중단하고 기념 세리머니를 펼치기로 협의했다. SSG 구단 측은 최정의 홈런 타구를 잡은 이에겐 친필 사인 배트를 비롯해 140만원 상당의 마트 온라인 상품권과 커피전문점 1년 무료 이용권, 호텔 숙박권 등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관중 뿐만 아니라 좌측 펜스 밑에 자리 잡은 원정 불펜의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경품 혜택.
개인과 구단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기록인 만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인천을 찾았고, 이숭용 SSG 감독도 훈련을 마친 최정을 향해 "오늘 두 개 쳐서 신기록 세우라"고 덕담을 건넬 정도.
이에 대해 최정은 "하루에 홈런 두 개를 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라며 "(14일 KT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니까) 주위가 더 분주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기록에 관해서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데, 지금 분위기는 다르니까…"라며 "빨리 기록을 세워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정말 조용하게 야구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또 "내가 기록을 세웠는데 팀이 패하면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어렵다"며 "이런 상상을 하면 더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타격 폼에 미세하게 변화를 줬는데 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 타구질이 만족스러웠다. 타격감은 괜찮은 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을까.
최정은 1회말 첫 타석에서 KIA 김건국에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KIA 장현식과 마주한 세 번재 타석에서 삼진에 그친 최정은 곽도규와 상대한 7회말 네 번재 타석에서 좌익수 왼쪽 안타를 기록했다.
고대하던 홈런은 그렇게 미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극적인 순간 찾아왔다. SSG가 3-4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만난 투수는 올 시즌 등판한 8경기를 모두 세이브로 장식한 KIA 마무리 정해영. 최정은 3B1S에서 들어온 5구째 몸쪽 높은 코스의 147㎞ 직구를 그대로 걷어올렸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 이어진 타석에서 에레디아의 안타에 이어 한유섬마저 우월 끝내기 투런포를 터뜨리며 SSG가 6대4로 승리, 최정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